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사소한 일에만 집착하는 자신의 허위의식을 폭로함(자조적 질문)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독재 권력의 부도덕함과 탐욕스러움 – 진정으로 분개해야 할 대상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
자신의 허위의식에 대한 인식 / 비속어 – 시적화자의 속된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 장치
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 1연 : 조그마한 일에 분개하는 ‘나’의 모습
한 번 정정당당하게 /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베트남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삼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2연 : 중요한 일은 실천하지 못하는 소시민적 모습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
로 가로놓여 있다.
오랫동안 옹졸하게 살아와서 소시민적인 태도가 몸에 베어 있음.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간호사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앞에서
=>3연 : 과거부터 계속된 옹졸한 삶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뭇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4연 : 힘없고 무기력한 자신의 존재 인식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불의에 맞서지 못하는 방관적이고 소시민적인 삶 – 화자의 현재 모습
그리고 조금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5연 : 정면에서 대결하지 못하는 ‘나’의 비겁함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밤사이에 화재나 범죄가 없도록 살피고 지키는 사람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 강자
자조적인 울음 : 약자
=> 6연 : 힘없는 자들에게만 방항하는 ‘나’의 옹졸함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보잘것없는 자신을 향한 자조적인 독백
=> 7연 :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서의 자조적인 자기반성
O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O 성격 : 반성적, 자조적, 비판적, 현실 참여적
O 주제 :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적 삶 에 대한 자기반성
O 특징 :
① 대조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② 반복적인 표현과 자조적인 독백을 통해 반성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O 해제 : 이 작품은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저항하 지 못하고 살아가는 지식인의 소시민적 태도를 고백하 며 비판하고 있는 시이다. 시적 화자는 왜소하고 보잘 것없는 존재로서, 본질적인 문제에는 맞서지 못하고 사 소한 일에만 분노를 표출하는 자신의 옹졸함에 대해 자조하고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O 이 작품의 구성
1연 | 조그마한 일에 분개하는 ‘나’의 모습 |
2연 | 중요한 일은 실천하지 못하는 소시민적 모습 |
3연 | 과거부터 계속된 ‘나’의 옹졸한 삶 |
4연 | 힘없고 무기력한 자신의 존재 인식 |
5연 | 정면에서 대결하지 못하고 비켜서 있는 ‘나’의 비겁함 |
6연 | 힘없는 자들에게만 반항하는 ‘나’의 옹졸함 |
7연 | 왜소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서의 자조적인 자기반성 |
O 화자의 현실 인식과 태도
본질적 대상 | ↔ | 비본질적 대상 | |||
• 왕궁의 음탕 • 붙잡혀 간 소설가 • 언론 탄압 • 월남 파병 • 땅 주인, 구청 직원, 동회 직원 |
• 50원짜리 갈비 • 야경꾼 • 이발쟁이 |
||||
본질적인 문제에는 저항하지 못하고 비본질적인(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자신의 옹졸하고 비겁한 소시민적 모습을 비판적, 자조적으로 인식하고 반성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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