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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정리/현대 산문

(요점 정리) 나상 - 이호철

by 세모답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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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

알몸을 표현한 형상

 

어느새 양덕도 지났다. 하루하루는 수월히도 저물어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읍

갔고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렀을 뿐이었다. 산도 들판도 눈에 덮여 있었다. 경비병들의 겨울 복장을 바라보는 형의 얼굴에는 천진한 애들 같은 선망의 표정이 어

형의 순수한 인간성 암시

려 있곤 했다. 날로 날로 풀이 죽어 갔다.

어느 날 밤이었다. 일행도 경비병들도 모두 잠들었을 무렵, 형은 또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즈음에 와선

늘 그렇듯 별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신의 죽음에 대한 암시

그 새끼 생각이 난다. 맘이 꽤 좋았댔이야이.”

……

난 원래 다리에 담증이 있는데이. 너두 알잖니. 요새 좀 이상한 것 같다야.”

하고는 헤죽이 웃었다.

흐뭇한 태도로 은근하게 슬쩍 한 번 웃는 모양(북한어)

……

동생은 놀라 돌아다보았다. 여느 때 없이 형은 쓸쓸하게 웃으면서 두 팔로 동생의 어깨를 천천히 그러안으면서,

칠성아, 야하, 흠썩은 춥다.”

동생에 대한 애정

……

저 말이다, 엄만 날 늘 불쌍히 여깄댔이야, . , 칠성아, 칠성아, 내 다리가 좀 이상헌 것 같다야이.”

……

동생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에 대한 연민과 슬픔

형은 별안간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동생의 얼굴을 멀끔히 마주 쳐다보더니,

왜 우니, 왜 울어, , . 어서 그치지 못하겠니.”

하면서도 도리어 제 편에서 또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튿날, 형의 걸음걸이는 눈에 띄게 절름거렸다. 혼잣소리도 풀이 없었다.

그만큼 걸었음 무던히 왔구만서두. 에에이, 이젠 좀 그만 걷지덜, 무던히 걸었구만서두.”

하고는 주위의 경비병들을 흘끔 곁눈질해 보았다. 경비

다리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 발각될까 하는 두려움

병들은 물론 알은체도 안 했다. 바뀐 사람들은 꽤나 사

잔인하고 냉정한 경비병들의 모습

나운 패들이었다.

그날 밤 형은 동생을 향해 쓸쓸하게 웃기만 했다.

칠성아, 너 집에 가거든 말이다, 집에 가거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함

하고는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쭉 웃으면서,

히히, 내가 무슨 소릴 허니. 네가 집에 갈 땐 나두 갈 텐데, 앙 그러니? 내가 정신이 빠졌어.”

한참 뒤엔 또 동생의 어깨를 그러안으면서, /“, 칠성아!”

동생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쳐다보기만 했다.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형

바깥은 바람이 세었다. 거적문이 습기 어린 소리를 내며

냉엄하고 비극적인 상황 암시

열리고 닫히곤 하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눈 덮인 초라한 들판이 부유스름하게 아득히 뻗었다.

선명하지 않고 약간 부옇게

동생의 눈에선 또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에 대한 연민

형은 또 벌컥 성을 내며,

왜 우니, ? 흐흐흐.”

하고 제 편에서 더 더 울었다.

며칠이 지날수록 형의 걸음은 더 절룩거려졌다. 행렬 속

형의 상태가 점점 악화됨

에서도 별로 혼잣소릴 지껄이지 않았다. 평소의 형답지 않게 꽤나 조심스런 낯색이었다. 둘레를 두리번거리며

평소 형의 태도가 조심스럽지 않았음을 나타냄

경비병의 눈치를 흘끔거리기만 했다. 이젠 밤에도 동생

다리가 좋지 않은 상태인 것을 들킬까봐

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것저것 지껄이지 않았다. 그러나 먼 개 짖는 소리 같은 것에는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 동생은 또 참다못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형은 왜 우느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동생은 이런 형이 서러워 더 더 흐느꼈다.

그날 밤, 바깥엔 함박눈이 내렸다.

형의 순수한 인간성을 부각시킴

형은 불현듯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댔다.

무슨 일이 생겨두 날 형이라구 글지 마라 어엉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

여느 때답지 않게 숙성한 사람 같은 억양이었다.

울지두 말구 모르는 체만 해, .”

동생은 부러 큰 소리로,

실없이 거짓으로

야하, 눈이 내린다.”

결말의 비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킴

형이 지껄일 소리를 자기가 지금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이미 형은 그저 꾹하니 굳은 표정이었다.

동생은 안타까워 또 울었다. 형을 그러안고 귀에다 입을

형에 대한 연민

대고,

형아, 형아, 정신차려.”

이튿날, 한낮이 기울어서 어느 영 기슭에 다다르자, 형은 동생의 허벅다리를 쿡 찌르고는 걷던 자리에 털썩

전날 바마에 말했듯이 아는 체하지 말라는 신호

주저앉고 말았다.

형의 걸음걸이를 주의해 보아 오던 한 사람이 뒤에서 따발총을 휘둘러 쏘았다.

형은 앉은 채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사람은 총을 어깨

형의 죽음

에 둘러메면서,

메칠을 더 살겠다구 뻐득대? 뻐득대길.”

인간성 파괴의 현실

- 이호철,나상(裸像)

 

 

O 갈래 : 현대소설, 전쟁소설, 액자소설

O 성격 : 비극적, 사실적

O 제재 : 6.25전쟁

O 시점

외부 이야기 : 1인칭 관찰자

내부 이야기 : 전지적 작가

O 주제 : 전쟁의 비극성과 근원적 인간성의 소중함

O 특징

형의 죽음과 대비되는 을 통해 비극적인

분위기를 강조

외부이야기, 내부 이야기의 액자식 구성을 보임

전쟁의 고통과 비극성을 통찰력 있게 그려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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