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언사
안조환
O 갈래 : 가사, 유배 가사, 장편 가사
O 성격 : 사실적, 반성적, 애상적
O 제재 : 유배 생활
O 주제 :
➀ 유배 생활의 고통과 잘못을 뉘우치는 심정
➁ 유배 생활의 어려움과 지은 죄의 반성
O 특징 : 유배 생활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 냄
O 의의 : ‘북천가’와 더불어 유배 가사의 쌍벽을 이룸
O 연대 : 조선 후기, 정조 때
O 출전 : “만언사” 필사본
O 해제 : 이 작품은 조선 정조 때의 문신인 안조원이 지은 장편 유배가사이다. 안조원은 34살 때 주색잡기로 국고를 탕진하여 추자도로 유배되었는데, 이 작품은 조선 정조 때 안조원(환)이 지은 장편 유배 가사이다. 안조원(환)은 추자도로 유배되었는데, 이 작품에는 안조원(환)이 죄를 지어 추자도로 유배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경험한 비참한 삶, 이로부터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후회, 자신의 죄에 대한 뉘우침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O 이 글의 구조
서사 | 추자도로 귀양 가는 신세를 한탄함 |
본사1 | 성장 과정 및 유배를 가게 된 이유 |
본사2 | 추자도로 향하는 유배의 노정 |
본사3 | 유배 생활의 어려움 |
결사 | 유배에서 풀려나기를 기원함 |
O 전체 내용 개략
➀ 추자도로 귀양 가는 신세 한탄
➁ 11세에 부모를 여의고 외가에 의탁하여 지냄.
➂ 혼인한 이후 여유 있는 생활로 향락적 풍류에 탐닉 함.
➃ 마음을 다잡고 공부한 끝에 벼슬에 올랐으나 공무 를 잘못 처리하여 유배를 가게 됨.
➄ 부모 친척과 이별하고 경기, 충청, 전라도 등을 거 쳐 유배지 추자도에 이르는 노정에서의 체험과 감상
➅ 추자도 사람들의 박대로 인해 거처도 못 구하고 남 의 집 처마 밑에서 자고, 거친 음식으로 겨우 연명 함.
➆ 밥벌이를 위해 일을 하고자 하나 경험이 없는 일이 라 포기하고, 결국 동냥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신 세를 한탄함.
➇ 허름한 거처에서 한 벌의 옷으로 사계절을 지내며, 때로 굶기도 해야 하는 궁박한 삶 속에서도 변함없 는 충성심을 보임.
➈ 옛 시절을 그리워하며 유배에서 풀려나기를 기원함.
➉ 이웃 사람이 유배객에게,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참 으면서 자신의 도리를 다할 것'을 타이르며 위로함.
어와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 보소
이웃 사람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내용이 될 것임
어와 벗님네야 이 내 말씀 들어 보소
인생(人生) 천지(天地)간에 그 아니 느꺼운가
어떤 느낌이 가슴에 사무치게 일어나다
세 살살이 마음이 그 아니 복받칠까
일생을 다 살아도 다만디 백 년(百年)이라
다만, 오직
평생을 다 살아도 다만 백년이라
하물며 백 년(百年)이 반듯기 어려우니
반드시, 그렇게 되기
하물며 백년도 반 듯 살기 어려운데
백구지과극(白駒之過隙)이요
망아지가 빨리 달리는 모습을 문틈에서 봄, 인생의 덧없고 짧음을 비유
인생은 순간이요
창해지일속(滄海之一粟)이라.
넓은 바다 속에 좁쌀 한알, 매우 작아 보잘 것없는 존재를 비유
하찮은 존재로다
역녀 건곤(逆旅乾坤)에 지나가는 손이로다.
[여관처럼 묵어가는 덧없는 인생 / 세상을 비유하는 일 / 손- 나그네
하늘과 땅 사이로 지나가는 나그네로다
비러 온 인생(人生)이 꿈의 몸 가지고서
잠시 허락된 인생 / 꿈같은 몸으로
빌려온 인생인데 꿈같은 몸 가지고서
남아(男兒)의 하올 일을 녁녁(歷歷)히 다 하여도
또렷하게
남자가 해야 할 일 평생을 다 하여도
풀 끝에 이슬이라 오히려 덧없거든
초로, 무상한 인생을 비유하는 말
풀끝의 이슬이라 오히려 덧없거든
어와, 내 일이야 광음(光陰)을 헤어보니
내 인생의 세월 헤아려 보니
어와 내 신세야, 지난 세월 헤아리니
반생(半生)이 채 못 되어 육육(六六)에 둘이 없네
인생의 반도 살지 못했는데 6×6-2=34
반생이 채 못 되어 이제 겨우 서른 넷
이왕 일 생각하고 즉금 일 헤아리니,
지나간 일 지금 일
지난일 생각하고 지금 일 헤아리니
번복(飜覆)]도 측양(測量)없다.
이리저리 뒤쳐서 고침. 뒤집음 / 헤아릴 수 없다
되돌리기 어려워라,
승침(昇沈)도 하도 할사
인생이 이리저리 뒤집힌 일이 / 많기도 많았도다
오르내림도 많았구나.
남 대되 그러한가 내 홀로 이러한가
남들도 / 다 그런건지 / 나 혼자만 이런건지
남들도 그러한가. 나 홀로 이러한가.
아무리 내 일이나 내 역시 내 몰라라.
내 인생이지만 / 내가 더욱 외면하고 싶어라,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강조함
아무리 내 일이라도 나 역시 알 수 없네.
장우단탄(長短歎) 졀노 나니
길고 짧은 탄식 / 저절로 나오니
한숨 탄식 절로 나니
도중상감(島中傷感)뿐이로다
섬(유배지) 가운데의 슬픔 마음
섬에서의 슬픔이라.
=> 서사 - 귀양가는 신세에 대한 한탄
부모생아 하오실 제 제 죽은 나를 나으시니
부모님 날 나실 때 죽은 나를 나으시니
부귀공명 하려던지 절도고생 하려던지
부귀공명 하게 될지 외딴 섬에서 고생하게 될지
천명이 기압던지 선방으로 서험한지
하늘이 도왔는지 신선의 처방인지
일주야 죽은 아해 홀연히 살아나네
하루 만에 죽은 아이 홀연히 살아났네.
평생길흉 점복할 제 수부강녕 가졌으니
평생 운명 점을 치니 건강하게 오래 산다 하였는데
귀양 갈 적 있었으며 이별순들 있었으랴
귀양갈 일 생각했고 이별할 일 생각했나.
빛난 채의 몸이러니 노래자를 효측하여
때때옷 곱게 입은 노래자를 본받으며
부모앞에 어린 체로 시름 없이 자라더니
부모 앞에 재롱떨며 시름없이 자랐는데
어와 기박하다 나의 명도 기박하다
어와 기구하다 나의 운명 박명하다.
십일세에 자모상에 호곡애통 혼절하니
십일세에 모친 잃고 슬피 울다 기절하니
그때나 죽었더면 이때 고생 아니 보리
그때에 죽었으면 지금 고생 아니 하리.
한번 세상 두번 살아 인간행락 하려던지
한번 살 세상 두 번 살아 즐거움을 보려는지
종천지통 슬픈 눈물 매봉가절 몇 번인고
큰 슬픔에 눈물 흘린 명절이 몇 번인가.
십년양육 외가은공 호의호식 그렸으랴
십년 길러주신 외가 은공에 호의호식 그렸으랴.
잊은 일도 많다마는 봉공무하 함이로다
잊은 일도 많다마는 받들지도 못하였네.
어진 자당 들어오셔 임사지덕 가지시니
새어머니 들어오셔서 어질게 키우셨으니
맹모의 삼천지교 일마다 법이로다
맹자 모친 본받아 일마다 덕을 베푸셨네.
증모의 투저함은 날 믿어 아니시리
증자 모친 베틀 던짐은 날 믿음이 아니었나.
설리에 읍죽함은 지성이 감천이요
눈밭에서 죽순 돋아 지성이 감천이요
백이의 부마함은 효자의 할 바로다
가난해도 부모봉양 효자의 도리로다.
입신하여 양명함은 문호의 광채로다
입신양명은 글쓰는 이의 영광이로다.
행세의 으뜸 일이 글 밖에 또 있난가
행세하는데 으뜸의 일 글밖에 또 있는가.
동사고문 사서삼경 당음장편 송명사를
동사고문 사서삼경 당음장편 송명사를
세세히 숙독하고 자자이 외웠으니
자세히 숙독하고 글자마다 외웠으니
읽기도 하려니와 짓긴들 아니하랴
읽기도 하려니와 글짓긴들 아니하랴.
삼월춘풍 화류시와 구추황국 단풍절에
삼월 봄바람의 꽃 버들과 구월 국화 단풍 아래
소인묵객 벗이되어 음풍영월 일삼을 제
시인 화가 벗이 되고 음풍영월 일 삼으니
당시의 조격이요 송명시의 재치로다
당시의 격식이오 송명시의 재치로다.
문여필이 한가지라 어느 것이 다를손가
글과 글씨는 한 가지라 어느 것이 다르겠나
짓기도 하려니와 쓰긴들 아니하랴
짓기도 하려니와 쓰기를 아니하랴.
번화감제 부벽서와 사치공자 병풍서를
화려한 벽 글씨와 사치로운 공자의 병풍 글씨
왕우군의 보체런가 조맹부의 축체런가
왕희지의 글씨인가 조맹부의 글씨인가.
여러가지 잘하기로 일시재동 일컫더니
한 때는 재동이라 일컫더니 유명무실하여
오매구지 요조숙녀 전전반측 생각하니
배필을 얻지 못해 잠못 이뤄 생각하니
동방화촉 늦어간다 이십년에 유실이라
혼인이 늦어가다 이십 년에 맞은 부인
유폐정정 법을 받아 삼종지의 알았으니
태도 바르고 얌전하여 여인의 법도 알았으니
내조에 어진 처는 성가할 징조로다
내조에 어질어 성가시킬 징조로다.
유인유덕 우리 백부 구세동거 효측하여
어진 백부 아래 화목하게 모여 살아
일가지내 한데 있어 감고우락 같이 하니
집안 식구 한데 모여 기쁨슬픔 같이 하니
의식분별 뉘 아던가 세간구처 내 몰래라
살림 걱정 누가 할까, 집안 가난 나 몰라라.
입신양명 길을 찾아 권문귀댁 어디어디
입신양명 길을 찾아 권문가에 몸을 맡겨
장군문하 막빈인가 승상부중 기실인가
장군집과 정승집에 비장 기실처럼 드나들며
천금준마 환소첩은 소년 놀이 더욱 좋다
호탕하게 즐기는 것은 소년들의 놀이로다.
자극맥상 번화성은 나도 잠간 하오리다
화려한 차림을 뽐냄은 나도 잠깐 하오리다.
이전 마음 전혀 잊고 호심광홍 절로 난다
예전 마음 전혀 잊고 미친 흥이 절로 난다.
백마왕손 귀한 벗과 유협경박 다 따른다
귀한 벗과 가벼운 벗 모두 다 어울린다.
무릉장대 천진교도 명승지라 알려지다
무릉장대 천진교도 명승지로 알려졌다.
삼청운대 광통굔들 놀이처가 아니런가
삼청운대 광통교인들 놀이처가 아니런가.
화조월석 빈 날 없이 주사청루 거닐 적에
매일매일 좋은 경치 술집마다 찾아가서
만준향료 진취하고 절대가인 침닉하여
가득한 술 좋은 안주에 여인에게 빠져들어
취대라군 고운 태도 청가묘무 회롱할 제
아름다운 여인의 청아한 노래와 멋진 춤을 희롱할 떼
풍류호사 괴 뉘신고 주중선군 부러하랴
호화로운 풍류 생활 신선이 부러우랴.
만사무심 잊었더니 일조홀연 양심 나네
모든 일에 관심 없다 홀연 양심 일어나네.
소년놀이 그만하자 부모근심 깊으시다
소년 놀이 그만하자 부모 근심 깊으시다.
맥상번화 자랑마라 구리화도 늦어간다
화려함을 자랑마라 공부가 늦어간다.
옛마음 다시 나서 하던 공부 고쳐하여
옛 마음 다시 생겨 하던 공부 고쳐하여
밤을 새워 낮을 이어 일시불철 하난고야
밤을 새워 낮을 이어 쉬지 않고 하는구나.
부모봉양 하려던지 내 몸 위한 일이런지
부모봉양 하려던지 내 몸 위한 일이런지
수삼년을 각고하니 무식지인 면하거다
수삼 년을 견디어 내니 무식함을 면하였다.
어와 바랐으랴 꿈결에나 바랐으랴
어와 바랐으랴 꿈결에나 바랐으랴.
어악원에 들어가서 금문옥계 문을 열어
어악원에 들어가서 궁궐의 문을 열어
디미니 천하온 몸이 천문근처 바랐으리
몸 디미니 천한 내 몸 궁궐 근처 바랐으리
금의를 몸에 감고 옥식을 베고 있어
비단옷을 몸에 감고 귀한 음식 베고 있어
부귀에 싸였으며 번화에 잠겼세라
부귀에 쌓였으며 화려함에 잠겼어라.
일진 겸대 삼사처는 궁임뿐이 아니로다
벼슬길에 서너 일을 겸하게 되었구나.
복과재생이라 소심봉공 잘못하여
나라 일을 잘못하여 복이 다해 화가 생겨
삭관퇴거 하온 후에 칠일옥중 지내오니
벼슬에서 쫓겨나 칠일 옥중에서 지내오니
곱던 의복 무색하고 좋은 음식 맛이 없네
곱던 의복 색 바래고 좋은 음식 맛이 없네.
망극천은 가이 없어 희극환비 눈물 난다
끝없는 임금 은혜에 슬픔이 기쁨 되네.
어와 과분하다 천은도 과분하다
어와 과분하다 임금 은혜도 과분하다.
궁임겸대 망극천은 생각사록 과분하다
두 궁궐일 맡긴 은혜 생각할수록 과분하다.
번화부귀 고쳐하고 금의 옥식 다시하여
비단옷 좋은 음식 부귀영화 다시 얻고
장안 도상 넓은 길로 비마경구 다닐 적에
장안 넓은 길로 화려하게 다닐 적에
소비친척 강위친은 예로부터 일렀나니
친척이 아니어도 가까운 친척처럼
여기 가도 손을 잡고 저기 가도 반겨하니
여기 가도 손을 잡고 저기 가도 반겨하니
입신도 되다하고 양명도 하다하리
입신도 하였다 하고 양명도 이루었다.
만사여의 하였으니 막비천은 모를소냐
모든 일이 뜻대로니 임금 은혜 모를소냐.
충칙진명 알았으니
충성이란 목숨을 다하는 일이러니
쇄신보국 하려던지
몸을 부숴 나라에 보답해야 하거늘
졸부귀가 불상이라
갑자기 부귀하니 상서롭지 못해
곤마복중 되겠고야
쓸모없는 말이 되어 버림받게 되었구나.
극성즉필패하고 흥진즉비래니라
일어나면 망하게 되고 흥하면 슬퍼지니
다 오르면 나려오고 가들하면 넘치나니
다 오르면 내려오고 가득차면 넘치나니
호사가 다마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호사다마하고 조물주가 시기하여
인간작죄 많이 하여 화전중화 되었는지
세상에 많은 죄 지어 꽃밭에 불 지른 듯
청천백일 맑은 날에 뇌성벽력 급히치니
푸른 하늘 맑은 대낮에 천둥 번개 급히 치니
삼혼칠백 날아나서 천지인사 아올소냐
혼백이 달아나서 인사불성 되었구나.
여불승의 약한 몸에 이십오근 칼을 쓰고
옷도 무거운 약한 몸에 이십오 근 칼을 쓰고
수쇄족쇄 하온 후에 사옥 중에 드단말가
족쇄를 찬 후에 감옥에 들었는가.
나의 죄를 헤아리니 여산여해 하겠고야
나의 죄를 헤아리니 산과 같고 바다 같다.
아깝다 내 일이야 애닯다 내 일이야
아깝다 내 일이야 애닯다 내 일이야.
평생일심 원하기를 충효겸전 하잤더니
평생 한마음으로 충효를 하려했는데
한 번 일을 그릇하고 불충불효 다 되겠다
한 번 일을 그릇하여 불충불효 다 되었다.
회서자이 막급이라 뉘우친들 무상하리
이제 와 후회해 뉘우친들 무엇하리.
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면
등잔불에 뛰어난 저 나비가 / '나비'는 화자와 동일시되는 대상
등잔불 치는 나비 저 죽을 줄 알았으면
어디서 식녹지신(食祿之臣)이 죄(罪) 짓자 하랴마는
녹봉을 받는 신하
어디서 신하가 죄 짓자 했겠냐마는
대액(大厄)이 당전(當前)하니 눈조차 어둡고나
사나운 운수 눈앞에 당도 눈 앞이 어두워져서 / 판단을 잘못함
큰 액이 부닥뜨리니 눈조차 어둡구나.
마른 섶을 등에 지고 열화(烈火)에 듦이로다.
마른 섶을 등에 지고 뜨거운 불 속에 뜨어들었다. 앞뒤 가리지 못하고 미련한 짓을 해 버렸구나. 그릇된 짓을 하여 스스로 화를 불렀던 자신의 행동을 빗댄 말
마른 섶을 등에 지고 불속으로 들어간다.
재가 된들 뉘 탓이리
내가 잿더미가 되어도 내 죄 탓이어서 /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말
재가 된들 뉘 탓이리,
살 가망 없다마는
살아갈 면목이 없는데
살 가망 없다마는
일명(一命)을 꾸이오셔 해도(海島)에 보내시니
내 목숨을 귀히 여겨 섬으로 보내시니
어와 성은(聖恩)이야 가지록 망극(罔極)하다
임금의 은혜가 한이 없어라 / 죽을 죄를 지은 자신을 살려준 임금에 대한 감사의 마음
어와 성은이야 갈수록 망극하다.
- 공무를 잘못 처리하여 유배를 가게 된 사연
강두(江頭)에 배를 대어 부모친척 이별할 제
강머리
나룻터에 배를 대어 부모친척 이별할 제
슬픈 눈물 한 소리에 막막수운(漠漠愁雲) 머무는 듯
넓고 아득한 슬픔을 느끼게 하는 구름이
슬픈 눈물 한숨소리 막막하고 근심스러워
손잡고 이른 말씀 좋이 가라 당부하니
손잡고 이른 말씀 잘 가거라 당부하니
가슴이 막히거든 대답(對答)이 나올소냐.
가슴이 막히는데 대답이 나오겠나.
여취여광(如醉如狂)하여 눈물로 하직이라.
취한 듯 미친 듯 /이성을 잃은 상태를 비유한 말
취한 듯 미친 듯 눈물로 하직이라.
강상(江上)에 배 떠나니 이별시(離別時)가 이때로다
강물 위로 배가 떠나니 이제는 정말로 헤어지는구나
산천(山川)이 근심하니 부자 이별(父子離別)함이로다.
산천이 근심하는 것은 부자가 이별하기 때문이다.
요주일성(搖舟一聲)에 흐르는 배 살 같으니
배를 흔드는 한 마디 소리 (노 젓는 소리에) / 화살같이 빨리 가니
원치 않는 유배길이라 배가 빨리 간다고 느낌
노 젓는 소리에 흐르는 배 살 같으니
일대장강(一帶長江)이 어느덧 가로 셔라.
화자에게 닥칠 시련
긴 강이 어느덧 가로 서게 되었테
풍편(風便)에 우는 소리 긴 강을 건너오되
바람결에 울음소리가 텅빈 강을 따라 들려오고
행인(行人)도 낙루(落淚)하니 내 가슴 미어진다.
눈물을 흘리니
- 부모 친척과 이별하고 유배지로 가는 노정과 감상
호부일성 엎더지니 애고 소리뿐이로다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 엎어지니 애고 소리뿐이로다.
규천고지 아모련들 아니 갈길 되올소냐
천지에 울부짖어도 가야할 길 아니갈까.
범 같은 관차들은 수이 가자 재촉하니
범 같은 관차들은 빨리 가자 재촉하니
할 일 없어 말게올라 앞 길을 바라보니
어쩔 수 없어 말에 올라 앞길을 바라보니
청산은 몇 겹이며 녹수는 몇 구빈고
청산은 몇 겹이며 녹수는 몇 구비인가.
넘도록 뫼이거늘 건너도록 물이로다
넘어가도 산이거늘 건너가도 물이로다.
석양은 재를 넘고 공산이 적막한데
석양은 언덕을 넘고 빈산이 적막한데
녹음은 우거지고 두견이 제혈하니
녹음은 우거지고 두견이 피 토하니
슬프다 저 새소리 불여귀는 무삼일고
슬프다 저 새소리 불여귀는 무슨 일인가.
네 일을 이름이냐 내 일을 이름이냐
네 일을 말하는가 내 일을 말하는가.
가뜩이 헛튼 근심 눈물에 젖었어라
가뜩이나 허튼 근심 눈물에 젖었어라.
만수에 연쇄하니 내 근심 먹음은 듯
넓은 물로 이어지니 내 근심 먹음은 듯
천림에 노결하니 내 눈물 뿌리는 듯
수풀에 이슬 맺히니 내 눈물 뿌리는 듯
뜨던 말 재게 하니 앞 참은 어디메고
굼 뜨는 말 재촉하니 앞 참은 어디인가.
높은 재 반겨 올리 고향을 바라보니
높은 재 반겨 올라 고향을 바라보니
창망한 구름 속에 백구비거 뿐이로다
아득한 구름 속에 갈매기 날 뿐이로다.
경기땅 다 지나고 충청도 다다르니
경기도 다 지나고 충청도 다다르니
계룡산 높은 뫼를 눈결에 지나쳤다
계룡산 높은 산을 엉겁결에 지나쳤다.
열읍의 관문 받고 골골이 점고하여
고을마다 관문 받고 고을마다 점고하여
은진을 넘어 드니 여산은 전라도라
‘은진’을 넘어가니 ‘여산’은 전라도라
익살 지나 전주 들어 성시산림 들어보니
‘익산’ 지나 ‘전주’ 들어 ‘성시산림’ 들어보니
반갑다 남문 길이 장안도 의연하다
반갑다 남문 길이 ‘장안’도 그대로다.
백각전 벌어지니 종각도 지내는 듯
‘백각전’ 펼쳐있으니 ‘종각’도 지나는 듯
한벽당 소쇄한데 조일이 높았세라
‘한벽당’ 깨끗한데 아침 해가 높았구나.
금구 태인 정읍 지나 정성 역마 갈아 타고
‘금구’, ‘태인’, ‘정읍’ 지나 ‘장성’ 역마 갈아타고
나주 지나 영암 들어 월출산을 돌아드니
‘나주’ 지나 ‘영암’ 들어 월출산을 돌아가니
만이천봉이 반공에 솟았는 듯
만이천봉이 허공에 솟아 있는 듯
일국지명산이라 경치도 좋다마는
한 나라의 명산이라 경치도 좋다마는
내 마음 아득하니 어느 겨를 살펴오리
내 마음 아득하니 어느 겨를에 살펴보리.
천관산을 가리키고 달마산을 지나가니
‘천관산’을 가리키고 ‘달마산’을 지나가니
불분주야 몇 날만에 해변으로 오단말가
낮밤 가리지 않고 몇 일만에 해변으로 왔단 말인가.
바다를 바라보니 파도도 흉용하다
바다를 바라보니 파도도 세차구나.
가이 없은 바다이요 한 없은 파도로다
끝이 없는 바다요 한계 없는 파도로다.
태극조판 하온 후에 천지광대 하다거늘
세상이 생겨난 후 하늘땅이 광대하거늘
하늘 아래 없사옴이 땅이런가 알았더니
하늘 아래 땅만 있는 줄로 알았더니
즉금으로 볼 양이면 천하이 다 물이로다
지금 볼 양이면 천하가 다 물이로다.
바람도 쉬어 가고 구름도 멈쳐 가네
바람도 쉬어 가고 구름도 멈춰가네.
나는 새도 못 넘을 데 제를 어이 가잔말고
나는 새도 못 넘는데 저기를 어찌 가자는가
때마침 서북풍이 내 길을 재촉난 듯
때마침 서북풍이 내 길을 재촉하는 듯
선두에 있는 백기 동남을 가리키니
뱃머리의 흰 깃발 동남쪽을 가리키니
천석 싣는 대중선에 쌍돛을 높이 달고
천석 싣는 대중선에 쌍돛을 높이 달고
건장한 도사공이 배머리에 높게 서서
건장한 도사공이 뱃머리에 높이 서서
지곡총 한 곡조를 어사와로 화답하니
지곡총 한 곡조를 어사와로 화답하니
마디마다 처량하다 적객심회 어떠할고
마디마다 처량하다 귀양가는 이 마음 어떠할까.
회수장안 돌아보니 부운폐일 아니 뵌다
머리 돌려 서울 보니 뜬 구름이 해 가린다.
나가는 길 어인 길로 무심 일로 가는 길고
나가는 길 어인 길인가 무슨 일로 가는 길인가.
불로초 구하려고 삼신산을 찾아가니
불로초 구하려고 삼신산을 찾아가니
동남동녀 아이어든 방사 서시 따라가랴
동남동녀 아닌데 방사 서시 따라가랴.
동정호 밝은 달에 악양루 오르랴나
동정호 밝은 달에 악양루 오르랴나
소상강 궂은 비에 조상군 하랴는가
소상강 궂은 비에 조상군 하려는가.
전원이 장무하니 귀거래 하옵는가
전원이 황폐해지니 귀거래 하려는가.
노어회 살쪘으니 강동거 하옵는가
농어회 살쪘으니 강동거 하려는가.
오호주 흘리저어 명철보신 하랴는가
다섯 오랑캐 속에서도 자기 몸을 구하려는가.
긴 고래 잠간 만나 백일승천 하랴는가
긴 고래 잠깐 만나 하늘로 오르려는가.
부모처자 다 버리고 어드러로 혼자 가노
부모처자 다 버리고 어디로 혼자 가나.
우는 눈물 소이 되어 대해수를 보태인다
우는 눈물 연못 되어 큰 바다에 보태는구나.
어디서 일편흑운 홀연광풍 무삼일고
어디서 검은 구름 미친 바람 무슨 일인가.
산악 같은 높은 물결 배머리를 둘러치네
산악 같은 높은 물결 뱃머리를 둘러치네
크나큰 배 조리 젓듯 오장육부 다 나온다
크나큰 배 조리 젓듯 오장육부 다 나온다.
천은 입어 남은 목숨 마자 진케 되겠구나
임금 은혜로 남은 목숨 다하게 되겠구나.
초한건곤 한 영중에 장군기신 되려니와
초한 싸움 한나라의 장군 기신이 되려니와
서풍낙일 멱라수에 굴삼려는 불원이라
서풍 해지는데 멱라수에 빠져죽는 굴원은 원치 않네.
차역천명 할일 없다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하늘이 내린 운명
일생일사 어찌하니
죽고 사는 일을 어찌할까.
출몰사생(出沒死生) 삼주야(三晝夜)에
죽을 뻔 살 뻔
삼일 밤낮 죽다 살아
노 지우고 닻을 지니
노와 닻을 내려니
수로 천리 다 지내어 추자 섬이 여기로다
제주도에 딸린 섬
물길 천리 다 지나고 추자섬이 여기로다.
도중(島中)으로 들어가니 적막하기 태심(太甚)이라
섬안 쓸쓸하고 고요함 너무 심함
섬안으로 들어가니 적막하기 아주 심해
사면으로 돌아보니 날 알 이 뉘 있으리.
고립무원(고립되어 구원 받을 데가 없음)의 처지
사면을 돌아보니 날 알 이 뉘 있을까.
보이나니 바다요 들리나니 물소리라 (대구법)
보이나니 바다이요 들리나니 물소리라
벽해상전(碧海桑田) 갈린 후에 모래 모여 섬이 되니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덧없이 변천함이 심함을 비유하는 말
벽해와 상전이 나뉜 후에 모래 모여 섬이 되니
추자 섬 생길 제는 천작지옥(天作地獄)이로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지옥으로 화자의 추자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음
하늘이 만들어낸 지옥이 추자섬이라.
해수(海水)로 성(城)을 싸고 운산(雲山)으로 문을 지어
바닷물로 성을 싸고 구름으로 문을 내어
세상이 끊겼으니 인간(人間)은 아니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곳 / 람들이 모여사는 세상
세상과 끊어졌으니 인간이 아니로다.
풍도(酆都)섬이 어디메뇨 지옥이 여기로다
도가에서의 지옥 추자도에 대한 인상
풍도섬이 어디메뇨 지옥이 여기로다.
어디로 가잔 말고 뉘 집으로 가잔 말고
어디로 가잔 말고 뉘집으로 가자는가.
눈물이 가리우니 걸음마다 엎더진다.
눈물이 가리니 걸음마다 엎어진다.
이 집에 가 의지하자 가난하다 핑계하고
이 집에 가 의지하려니 가난하다 핑계하고
저 집에 가 의지하자 연고 있다 칭탈하네.
무엇 때문이라고 핑계를 댐
저 집에가 의지하려니 사정있다 거절하네.
이집 저집 아무덴들 적객(謫客) 주인 뉘 좋다고
귀양살이하는 사람
[화자가 귀얀온 사람이라는 것과 당시에 귀양을 민가에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이집 저집 어느 집이 적객주인 뉘 좋다고
관력(官力)으로 핍박하고 세부득이 맡았으니
심히 억압하여 괴롭게 함
관청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맡았으나
관차(官差) 더러 못한 말을 만만할손 내가 듣네
관에서 파견하는 아전
관차에게 못한 말을 만만한 내게 하네.
세간 그릇 흩던지며 역정 내어 하는 말이
세간 그릇 흩어 던지며 역정 내며 하는 말이
저 나그네 헤어보소 주인 아니 불쌍한가.
“저 나그네 헤아리소. 주인 아니 불쌍한가.
이집 저집 잘 사는 집 한두 집이 아니어든
이집 저집 잘사는 집 한두 집이 아닌데
관인네는 인정 받고 손님네는 혹언(酷言) 들어
벼슬아치에게 주는 선물 함부로 하는 말
관리들은 뇌물 받고 손님네는 모진 말 들어
구태여 내 집으로 연분 있어 와 계신가
구태여 내 집에 연분 있어 와 계신가.
내 살이 담박한 줄 보신다면 아니 알가.
내 살림살이 가난한 줄 보시면 아니 알가.
앞뒤에 전답 없고 물속으로 생애(生涯)하여
앞뒤에 논밭 없고 물속에서 생계 이어
앞 언덕에 고기 낚아 윗녘에 장사 가니
앞 언덕에 고기 낚아 윗동네에 장사 가니
삼망 얻어 보리 섬이 믿을 것도 아니로세.
삼망으로 얻은 보리섬은 믿을 것도 아니로세.
신겸처자(身兼妻子) 세 식구의 호구하기 어렵거든
자신과 아내와 자식 먹고 사는 것
처자식 있어 세 식구도 먹고 살기 어렵거든
양식 없는 나그네는 무엇 먹고 살려는고.
집주인의 한탄
양식없는 나그네는 무엇 먹고 살려는고.”
집이라고 서 볼쏜가 기어들고 기어나며
집이라도 설 수 없어 기어들고 기어나며
방 한 간에 주인들고 나그네는 잘 데 없네.
방 한 칸에 주인 들고 나그네는 잘 데 없네
띠 자리 한 잎 주어 첨하(첨下)에 거처하니
갈대 자리 한 잎 주어 처마 밑에 거처하니
처마 밑
냉지에 누습(漏濕)하고 벌레도 하도 할샤
찬 땅 / 축축한 기운이 스며 있음 / 많기도 많구나
찬 땅이 눅눅하고 짐승도 많기도 많네.
발 남은 구렁배암 뼘 남은 청지네라
길이가 한 발이 넘는
한 발 넘는 구렁이 한 뼘 넘는 푸른 지네
좌우로 둘렀으니 무섭고도 징그럽다.
좌우로 둘렀으니 무섭고도 징그럽다.
서산에 일락하고 그믐밤 어두운데
서산에 해지고 그믐밤 어두운데
남북촌 두세집에 솔불이 흐미하다
남북촌 두세 집에 솔불이 희미하다.
어디서 슬픈 소리 내 근심 더하는고
어디서 슬픈 소리 내 근심 더하는가.
별표에 배 떠나니 노 젓는 소리로다
이별하는 배 떠나니 노 젓는 소리로다.
눈물로 밤을 새와 아침에 조반드니
눈물로 밤을 새워 아침에 조반드니
덜 쓰른 보리밥에 무장떵이 한 종자라
덜 담은 보리밥에 된장 덩이 한 종지라
한 술 떠서 보고 큰 덩이 내어놓고
한 술 떠서 보고 큰 덩이 내어놓고
그도 저도 아조 없어 굶을 적이 간간이라
그도 저도 아주 없어 굶을 때도 적지 않다.
여름날 긴긴 날에 배고파 어려웨라
여름날 긴긴 날은 배고파 어려워라.
의복(衣服)을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의복을 돌아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남방염천(南方炎天) 찌는 날에 빨지 못한 누비바지
몹시 더운 날
남쪽 여름 찌는 날에 빨지 못한 누비바지
땀이 배고 때가 올라 굴뚝 막은 덕석인가.
추울 때 소의 등을 덮어 주는 멍석
땀이 배고 땀이 올라 굴뚝 막은 멍석인가.
덥고 검기 다 바리고 내암새를 어이하리.
더운 것, 때탄 것 다 참아도 / 냄새
덥고 검은 것은 그러해도 냄새는 어이하리
어와 내 일이야 가련히도 되었고나.
어와 내 일이야 가련하게 되었구나.
손 잡고 반기는 집 내 아니 가옵더니
손 잡고 반기는 집 내 가지 않았는데
등 밀어 내치는 집 구차히 빌어 있어
등 밀어 내치는 집 구차하게 빌어 있어
옥식진찬(玉食珍饌) 어데 가고 맥반염장(麥飯鹽藏)
좋은 밥과 진귀하고 맛있는 반찬 / 보리밥과 소금, 간장
좋은 밥과 반찬 어디 가고 보리밥에 소금 간장
대(對)하오며
초라한 밥상을 대하고 있다
밥상을 대하며
금의화복(錦衣華服) 어데 가고
비단옷과 화려한 옷
비단옷 어디 두고
현순백결(懸純百結) 하였는고
갈기갈기 찢어져 기운 옷
누더기를 입었는가.
이 몸이 살았는가 죽어서 귀신인가
이 몸이 살았는가 죽어서 귀신인가.
말하니 살았으나 모양은 귀신일다
말하니 살았으나 모양은 귀신이다.
한숨 끝에 눈물 나고 눈물 끝에 한숨이라.
한숨 끝에 눈물 나고 눈물 끝에 한숨이라.
돌이켜 생각하니 어이없어 웃음 난다.
돌이켜 생각하니 어이없어 웃음 난다.
이 모양이 무슨 일고 미친 사람 되었고나.
이 모양이 무슨 일인가 미친 사람 되었구나.
- 유배지에서의 궁핍한 생활
어와 보리 가을 되었는가
어와 보리 익는 가을 되었는가.
전산후산에 황금 빛이로다
앞산 뒷산이 황금빛이로다.
남풍은 때때 불어 보리 물결 치는고나
남풍은 때때로 불어 보리 물결치는구나.
지게를 벗어 놓고 전간에 굼일면서
지게를 벗어 놓고 밭에서 일하는
한가히 뵈는 농부 묻노라 저 농부야
한가하게 보이는 농부 묻노라 저 농부야.
밥 위에 보리 술을 몇 그릇 먹었느냐
밥 위에 보리술을 몇 그릇 먹었느냐.
청풍에 취한 얼굴 깨연들 무엇하리
청풍에 취한 얼굴 깨어난들 무엇하리.
연년[매년]이 풍년드니 해마다 보리 베어
해마다 풍년드니 해마다 보리 베어
마당에 뚜드려서 방아에 쓸어내어
마당에 두드려서 방아에 찧어 내어
일분[일부분]은 밥쌀하고 일분은 술쌀하여
일부는 밥을 하고 일부는 술을 빚고
밥먹어 배부르고 술먹어 취한 후에
밥 먹어 배부르고 술 먹어 취한 후에
함포고복(含哺鼓腹)하여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으로, 먹을 것이 풍족하여 배불리 먹고 즐겁게 지냄을 이르는 말
배불리 먹고
격양가를 부르나니
풍년이 들어 농부가 태평한 세월을 기려 불렀다는 노래
격앙가를 부르나니,
농부의 저런 흥미 이런 줄 알았더면
농부의 저런 즐거움 이런 줄 알았다면
공명을 탐치말고 농사를 힘쓸 것을
공명을 탐하지 말고 농사를 힘쓸 것을,
백운이 즐거온 줄 청운이 알았으면
농부의 삶(무욕) / 화자의 과거의 삶(공명추구)
백운이 즐거운 줄 청운이 알았으면
탐화봉접[(探花蜂蝶) ]이 그물에 걸렸으랴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라는 뜻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그리워하여 찾아가는 남자의 비유로 기생집을 드나들며 국고를 축내다 죄를 지은 자신을 가리킴
꽃을 탐하는 벌과 나비 그물에 걸렸으랴.
어제는 옳던 일이 오늘이야 왼 줄 아니
어제는 옳던 일이 오늘이야 그른 줄 아나.
뉘우쳐 하는 마음 없다야 하랴마는
뉘우치는 마음 없지는 않겠지만
범 물릴 줄 알았으면 깊은 뫼에 올라가며
범 물릴 줄 알았으면 깊은 산에 올라가며
떨어질 줄 알았으면 높은 나무에 올랐으랴
떨어질 줄 알았으면 높은 나무에 올랐으랴.
천동할 줄 알았으면 잠간 루에 올랐으랴
천둥칠 줄 알았으면 잠깐 누각에 올랐으랴.
파선할 줄 알았으면 전세대동 실었으랴
배가 깨질 줄 알았으면 배에 쌀을 실었으랴.
실수할 줄 알았으면 내가 장기 벌였으랴
실수할 줄 알았으면 내기 장기 두었으랴.
죄 지을 줄 알았으면 공명 탐차 하였으랴
죄 지을 줄 알았으면 공명을 탐하였으랴.
산진메 수진메와 해동청 보라매가
산진메 수진메와 해동청 보라매가
심수총림 숙여 들어 산계야앙 차고 날제
깊은 숲에 숙여 들어 닭과 양을 차고 날때
아깝다 걸리었다 두 날개 걸리었다
아깝다 걸리었다 두 날개 걸리었다.
먹기에 탐심나서 형극에 걸리었다
먹기에 탐이 나서 가시나무에 걸리었다.
어와 민망하다 주인박대 민망하다
어아 민망하다 주인박대 민망하다.
아니 먹은 헛 주정에 욕설조차 비경하다
술 아니 먹은 헛주정에 욕설조차 놀랍지 않다.
혼자 말로 군말하듯 나 들으라 하는 말이
혼자 말로 군말하듯 나 들으라 하는 말이
건너집 나그네는 정승의 아들이요
“건넛집 나그네는 정승의 아들이요,
판서의 아우로서 나라에 득죄하고
판서의 아우로서 나라에 죄를 짓고
절도에 들어와서 이전 말은 하도 말고
외딴 섬에 들어와서 이전 말은 하도 말고
여기 사람 일을 배와 고기 낚기 나무 베기
여기 사람 일을 배워 고기 낚기 나무 베기
자리치기 신삼기와 보리 동냥 하여다가
돗자리 치기 신 삼기와 보리 동냥하여
주인양식 보태는데 한 군데는 무슨 일로
주인 양식 보태는데, 우리 집 객은 무슨 일로
하로 이틀 몇 날 되되 공한 밥만 먹으려노
하루 이틀 몇 날 되도 공짜 밥만 먹으려나.
쓰자하는 열 손가락 꼼작이도 아니하고
써야 하는 열 손가락 꼼짝도 아니하고
걷자하는 두 다리는 움작이도 아니하네
걷어야 하는 두 다리는 움직이지 아니 하네.
썩은 남게 박은 끌가 전당 잡은 촛대런가
썩은 나무에 박힌 끌인가, 전당 잡힌 촛대인가.
종 찾으면 양반인가 빚 받으면 책주런가
종 찾는 양반인가, 빚 받으려는 빚쟁인가.
동이성의 권당인가
성부동남(姓不同-)이라는 말을 풀어서 쓴 것, 즉 성이 같거나 다른 가까운 친척
동이성 친척인가,
풋낯의 친구런가
얼굴 익힌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방금 사귄 친구인가.
양반인가 상인(常人)인가 병인인가 반편인가
병신인지 반편이(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지
양반인가 상인인가, 병신인가 바보인가.
화초라고 두고 보며 괴석(怪石)이라 놓고 볼까.
기이하게 생긴 완상용 수석
화초처럼 두고 볼까, 괴석이라 놓고 볼까.
은혜 끼친 일이 있어 특명으로 먹으려나.
특별한 명분으로
은혜 베푼 일이 있어 특명으로 먹으려나.
저 지은 죄 내 아던가 저의 서름 뉘 아던가.
저(나)가 지은 죄를 내가 알 턱이 있는가? 즉 나와 관련이 없다는 말
제가 지은 죄 내 알 것인가, 제 시름 뉘 알 것인가.
밤낮으로 우는 소리 한숨 지고 슬픈 소리
밤낮으로 우는 소리 한숨 지고 슬픈 소리
듣기에 즈즐하고 보기에 귀찬하다.
몹시 지루하고, 싫증이 나고
듣기에 싫증 나고 보기에도 귀찮도다.”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통분키도 하다마는
한 번 듣고 두 번 듣으니 원통하고 분하다만
풍속을 보아하니 해연이 막심하다.
유배지인 추자도의 풍속을 말함 / 놀랍고 이상스러운 점이 많다
풍속을 보아하니 놀랍고 이상하다.
인륜(人倫)이 없었으니 부자(父子)의 싸움이요
인륜을 모르니 부자간에 싸움이요
남녀를 불문하니 계집의 등짐이라.
여자들도 등짐을 하더라. 등짐 일을 하는 것은 당시에나 지금에나 거의 남자들의 몫임
남녀를 가리지 않으니 계집이 등짐지네.
방언이 괴이하니 존객(尊客)인들 아올소냐.
사투리
사투리가 이상하니 귀한 손님 알 것인가.
다만지 아는 것이 손꼽아 주인 헴에
오직, 다만
다만 아는 것은 손꼽아 헤아리기
두 다섯 홑 다섯 뭇다섯 곱기로다.
십진법이 아닌 5진법을 사용함
둘 다섯 홑 다섯 뭇 다섯 꼽기로다.
포학과 탐욕이 예의염치 되었음에
포함과과 탐욕스러움이 예의염치 되고
분전승합(分錢乘合)으로 효제충신 삼아있고
푼돈과 얼마 되지 않는 곡식 / 효도와 우애, 충성과 신의
분전승합으로 효제충신 삼으며
한둘 공덕으로 지효(至孝)로 알았으니
한두 가지 공덕으로 효도를 안다 하고
혼정신성(昏定晨省)은 보리 담은 대독이요
저녁에는 잠자리를 살피고, 아침에는 일찍이 문안을 드린다는 뜻으로, 부모에게 효도하는 도리 / 대독 - 큰 항아리
혼정신성은 보리 담은 대독처럼 볼품없고
출필고반필면(出必告反必面)은 돈 모으는 벙어리라.
‘나갈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뵌다'라는 뜻으로, 외출할 때와 귀가했을 때 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리
출필고반필면은 벙어리라 아예 모르네.
왕화(王化)가 불급하니 견융의 행사로다.
임금의 교화(敎化) / 오랑캐들의 행동, 오랑캐들의 습속
왕의 도리가 미치지 않는 오랑캐의 행동이로다.
인심이 아니어든 인사(人事)를 책망하랴.
사람들의 마음이 오랑캐처럼 막돼먹은 판에 행동거지의 옳고 그름을 따지겠는가?
사람 마음 아닐진대 사람이라 책망하랴.
내 귀향 아니러면 이런 모양 보았으랴.
귀양살이, 유배(流配)
내 귀양살이 아니면 이런 모양 보았으랴.
조고마한 실개천에 발을 빠진 소경놈도
조그마한 실개천에 발을 빠진 소경놈도
눈 먼 줄만 한탄하고 개천 원망(怨望) 안하나니
눈먼 줄은 한탄하고 개천 원망 안 하나니
임자 아녀 짖는 개를 꾸짖어 무엇하리.
주인이 아니어서 짖는 개를 꾸짖어 무엇하리.
아마도 할 일 없이 생애를 생각하고
아무것도 할 일 없어 생계를 생각하네.
고기낚기 하자하니 물머리를 어찌하고.
배 멀미
고기를 낚자하니 배멀미를 어찌하고
나무 베기 하자하니 힘 모자라 어찌하며
나무를 베자하니 힘 모자라 어찌하며
자리치기 신삼기는 모르거든 어찌하리.
돗자리치기 신 삼기는 모르거든 어찌하리
어와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보자.
어와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보자.
탈 망건 갓 숙이고 홑 중치막 띠 끄르고
망건을 벗다 / 벼슬하지 아니한 선비가 소창옷 위에 덧입던 웃옷
망건 벗고 갓 숙여 쓰고 홑 중치막에 띠 끄르고
총만 남은 헌 짚신에 세살 부채 차면(遮面)하고
짚신이나 미투리 따위의 앞쪽의 우뚝 솟은 부분 / 얼굴을 가리고
총만 남은 헌 짚신에 부채로 얼굴 가리고
남초 없는 빈 담뱃대 소일(消日) 조로 가지고서
담배 심심풀이삼아서 가지고
담배 없는 빈 담뱃대 심심풀이 들고나가
비슥비슥 걷는 걸음 걸음마다 눈물 난다.
비틀비틀 걷는 걸음 걸음마다 눈물 난다.
세상인사 꿈이로다 내 일 더욱 꿈이로다.
나의 일, 내가 당한 현실의 상태
세상살이 꿈이로다 내 일 더욱 꿈이로다.
엊그제는 부귀자(富貴者)요 오늘 아침 빈천자라.
엊그제는 부귀하되, 오늘 아침 가난하니
부귀자 꿈이런가 빈천자 꿈이런가.
부귀가 꿈이런가, 가난이 꿈이런가.
장주호접(長晝胡蝶) 황홀하니 어느 것이 정 꿈인고.
긴 낮의 나비에 관한 꿈,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장주호접 황홀하니 어느 게 정말 꿈인가.
한단치보(邯鄲稚步) 꿈인가 남양초려 큰 꿈인가.
제갈량이 출사하기 전 머물렀던 남양의 초가집
한단치보 꿈인가 남양초려 큰 꿈인가.
화서몽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옛날 황제가 낮잠을 자면서 화서(華胥)라는 무위자연의 나라를 꾼 꿈. 일장춘몽과 뜻이 통함
화서몽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몽중흉사(夢中凶事) 이러하니 새벽 대길 하오리다.
꿈속의 흉한 일. 꿈속에서 흉한 일을 당하면 현실에서 좋은 일이 일어난다 함 / 대길 - 크게 좋은 일이 일어남
꿈에서는 흉하니 새벽에는 크게 길할 것인가.
가난한 집 지내치고 넉넉한 집 몇 집인고
가난한 집 지나치고 넉넉한 집 몇 집인가.
사립문을 드자할가 마당에 섰자하랴.
들어갈까 서 있을까
사립문을 들어갈까 마당에 서 있을까.
철없는 어린 아해 소 같은 젊은 계집
철없는 어린 아이 소 같은 젊은 계집
손가락질 가라치며 귀향다리 온다하니
손가락질 가리키며 귀양다리 온다 하니
어와 고이하다 다리 지칭 고이하다
어와 이상하다 다리 이름 이상하다.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토다리라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흙다리라.
춘정일 십오야 상원야 밝은 달에
정월 대보름 밝은 달에
장안시상 열 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서울 거리 열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옥호금준은 다리다리 배반이요
옥단지와 금술잔은 다리다리 배반이요
적성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적성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웃다리 아래다리 석은다리 헛다리
웃다리 아래 다리 썩은 다리 헛다리
철물다리 판자다리 두다리 돌아 들어
철물 다리 판자 다리 사람 두 다리 돌아 들어
중촌을 올라 광통다리 굽은다리 수표다리
중촌에 올라 광통다리 굽은다리 수표다리
효경다리 마전다리 아량 위 겻다리라
효경다리 마전다리 아량 위 곁다리라
도로 올라 중학다리 다리 나려 향다리요
도로 올라 중학다리 다리 내려 향다리요,
동대문 안 첫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동대문 안 첫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남대문 안 수각다리 모든 다리 밟은 다리
남대문 안 수각다리 모든 다리 밟은 다리
이 다리 저 다리 금시초문 귀향다리
모든 다리 다 알아도 귀양다리는 금시초문
수종다리 습다린가 천생이 병신인가
수종다리 습다리인가 천생이 병신인가.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하여 병든 다리
아마도 이 다리는 헛디뎌 병든 다리
두 손길 느려치면 다리에 가까오니
두 손을 늘어뜨리면 다리에 가까우니
손과 다리 머다한들 그 사이 얼마치리
손과 다리 멀다 한들 그 사이 멀지 않아
한 층을 조금 높여 손이라나 하여주렴
한 층을 조금 높여 손님이라 해 주렴.
부끄럼이 몬저 나니 동냥말이 나오더냐
부끄럼이 먼저 나니 동냥 말이 나오더냐.
장가락 입에 물고 아니 가는 헛기침에
장타령 입에 물고 나오지 않는 헛기침에
허리를 굽힐 제는 공손한 인사로다
허리를 굽힐 때는 공손한 인사로다.
내 허리 가이 없어 비부에게 절이로다
내 허리 가엾어 천한 것들에게 절이로다.
내 인사 차서 없이 종에게 존대로다
내 인사 위아래 없어 종에게도 존대로다.
혼자말로 중중하니 주린 중 들어온가
혼자말로 중얼중얼 굶주린 중 들어왔나.
그 집사람 눈치알고 보리 한 말 떠서주며
집안 사람 눈치 채고 보리 한 말 떠서 주며
가져가오 불상하고 적객 동냥 예사오니
“가져가오. 불쌍한 귀양 동냥 예사오니.”
당면하여 받을 제는 마지못한 치사로다
막상 받게 되니 마지못해 고맙다 하네.
그렁저렁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니
그럭저럭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니
어느 노비 수운하리 아모려나 저 보리라
노비 있어 운반하리. 아무튼 내 져 보리라.
갓은 숙여 지려니와 홑 중치막 어찌할고
갓은 숙였지만 홑 중치막은 어찌할까
주변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하랴
주변머리 으뜸이라 어떻게든 지어볼까
넓은 소매 구기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넓은 소매 구겨 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긴등 거리 제법이라 하 괴이치 아니하다
긴 등거리 제법이라 별로 이상치 않네.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옴는 듯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는 듯
아모리 굽흐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아무리 굽히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머지 아닌 주인집을 천신만고 겨우오니
멀지 않은 주인집에 천신만고 겨우 오니
존전의 출입인가 한출첨배 하는고야
어려운 이 마주하나 부끄러워 땀이 나네.
저 주인 거동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저 주인 거동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양반도 할일 없네 동냥도 하시었고
“양반도 어쩔 수 없네. 동냥도 하시었오.
귀빈도 속절 없네 등짐도 지시었고
귀한 손님도 속절없네. 등짐도 지시었오.
밥싼 노릇 하오시니 저녁 밥 많이 먹소
밥값을 하였으니 저녁 밥 많이 먹소.”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네 웃음 듣기 싫고 밥 많아도 먹기 싫다.
동냥도 한 번이지 빌긴들 매양하랴
동냥도 한 번이지 매양 빌어 먹으랴.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차라리 굶을진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차라리 굶을지언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무삼 일을 하잔 말고 신삼기나 하자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신이나 삼자꾸나.
짚 한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보니
짚 한 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보니
조희 노도 모르거든 샛기꼬기 어이하리
종이 노도 못 꼬는데 새끼 꼬기 어이하리.
다만 한 발 다 못 꼬아 손가락이 부르트니
한 발도 다 못 꼬아 손가락이 부르트니
할 리 없어 내어 놓고 긴 삼대를 베껴내어
할 수 없어 내려놓고 긴 삼대를 벗겨내어
자리 노를 배와 꼬니 천수만한 이 내 마음
돗자리 노를 배워 꼬니 근심 많은 이 내 마음
부칠 데 전혀 없어 노꼬기에 부치었다
마음 붙일 데 없어 노꼬기에 붙이었다
날이 가고 밤이 새니 어느 시절 되었는고
날이 가고 밤이 새니 어느 계절 되었는가.
오동이 낙엽하고 금풍이 소슬하니
오동나무 낙엽지고 가을바람 쓸쓸하니
하목은 제비하고 추언은 일색일 제
오리는 나란히 날고 가을 하늘 한 빛일 때
황국 단풍이 금수장이 되었으며
노란 국화 단풍은 비단 장막 되었으며
만산초목이 잎잎마다 추성이라
산 가득한 나무 풀은 잎잎마다 가을 소리
새벽 서리 치는 날에 외기러기 슬피우니
새벽에 서리칠 때 외기러기 슬피우니
고객이 먼저 듣고 임 생각이 새로와라
먼저 들은 외로운 객 임 생각이 새로워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 보고지고
나래 돋힌 학이 되어 날아가서 보고지고
나래 돋친 학이 되어 날아가서 보고지고
만리장천 구름되어 떠나가서 보고지고
만리장천 구름 되어 떠나가서 보고지고
낙락장송 바람되어 불어가서 보고지고
낙락장송 바람 되어 불어가서 보고지고
오동추야 달이 되어 비취어나 보고지고
오동추야 달이 되어 비취어나 보고지고
북벽사창 세우되어 뿌려서나 보고지고
분벽사창 가는 비로 뿌려서나 보고지고
추월춘풍 몇몇 해를 주야불리 하옵다가
추월춘풍 몇 해 동안 밤낮없이 지내다가
전신만수 머다 머되 소식조차 둔절하니
머나먼 곳 옮겨 와서 소식조차 끊어지니
철석간장 아니어든 그리움을 견딜소냐
철석간장 아닐진대 그리움을 견디겠나.
어와 못 잊을다 임을 그려 못 잊을다
어와 못 잊겠다 임을 그리워 못 잊겠다.
용문검 태아검에 비수검을 손에 쥐고
용문검 태아검에 비수검을 손에 쥐고
청산리 벽계수를 힘까지 버히어도
청산리 벽계수를 힘껏 베어내도
끊어지지 아니하고 한 데 이어 흐르나니
끊어지지 아니하고 다시 이어 흐르나니
물 버히는 칼도 없고 정 버히는 칼도 없네
물 베는 칼도 없고 정 베는 칼도 없네.
물 끊기도 어려우니 마음 끊기 어이하리
물 끊기도 어려우니 마음 끊기 어이하리.
용문지적 가비업고 옥정지수 흐리오며
용 자취도 가볍게 되고 좋은 샘물 흐려져도
임 그리는 마음이야 변할 길이 있을소냐
임 그리는 마음이야 변할 길이 있겠는가.
내 이리 그리운 줄 임이 혈마 잊었으랴
내 이리 그리운 줄 임이 설마 잊었으랴.
풍운이 흩어져도 모도힐 때 있었으니
풍운이 흩어져도 모아질 때 있었으니
엄상이 차다한들 우로가 아니오라
된서리 차다한들 비와 이슬이 아니 올까.
울음 울어 떠난 임을 웃음 웃어 만나고저
울음 울어 떠난 임을 웃음 웃고 만나고저.
이리저리 생각하니 가삼 속에 불이 난다
이리저리 생각하니 가슴 속에 불이 난다.
간장이 다 타오니 무엇으로 끄잔 말고
간장이 다 타오르니 무엇으로 꺼야 할까.
끄기가 어려울 손 오장의 불이로다
끄기가 어려울 건 오장의 불이로다.
천상수 얻어오면 끌 법도 있건마는
하늘의 물 얻어오면 끌 수도 있건마는
알고도 못 얻으니 셔가 바타 말이 없네
알고도 못 얻으니 혀가 말라 말이 없네.
차라리 쾌히 죽어 이 설움을 잊자하고
차라리 편히 죽어 이 설움을 잊자하고
포구사변 혼자 앉아 종일토록 통곡하며
포구 모래밭 혼자 앉아 종일토록 통곡하며
망해투사 하려함도 한 번 두 번 아니오며
바다에 몸 던지렴도 한두 번 아니오며,
적적중문 굳이 닫고 천사만상 다 바리고
쓸쓸한 한 문 굳게 닫고 온갖 생각 다 버리고
불식아사 하랴함도 한 번 두 번 아니오며
먹지 않고 굶어 죽으렴도 한두 번 아니오며,
일각삼추 더디 가니 이 고생을 어찌할꼬
일각삼추 더디 가니 이 고생을 어찌할까.
시비에 개 짖으니 나를 놓을 관문인가
사립문에 개가 짖네 풀어준다는 문서왔나.
반겨서 바라보니 황어파는 장사로다
반겨서 바라보니 전어 파는 장사로다.
바다에 배가 오니 사문 갖은 관선인가
바다에 배가 오니 사문 실은 관선인가.
일어서서 바라보니 고기 낚은 어선이라
일어서서 바라보니 고기 낚은 어선이라.
하로도 열두 시에 몇 번을 기다린가
하루는 열두 시간 몇 번을 기다렸나.
설움 모여 병이 되니 백 가지 병 한데 난다
설움 모여 병이 되니 백 가지 병이 든다.
배고파 허기증과 몸추워 냉증이요
배고파 허기증과 몸 추워 냉증이요,
잠 못들어 현기나고 조갈증은 예증이라
잠 못들어 현기증 늘 앓는 것은 조갈증,
술로 드온 병이오면 술을 먹어 고치오며
술 때문에 든 병이라면 술을 먹어 고치겠고,
임으로 든 병이오면 임을 만나 고치나니
임 때문에 든 병이라면 임을 만나 고치나니
공명으로 든 병에는 공명하여 고치잔들
공명으로 든 병에는 공명하여 고치겠지.
활을 맞고 놀란 새가 살바지에 앉자하랴
활을 맞고 놀란 새가 과녁에 앉겠는가.
신농씨 꿈에 만나 병 고친 약을 물어
신농씨 꿈에 만나 병 고친 약을 물어
청심환 회심단에 강심탕을 먹었은들
청심환 회심단에 강심탕을 먹는다 해도
천금준마 잃은 후에 외양집을 고침이랴
천금준마 잃은 후에 외양간을 고침이라.
갖은 성냥 다 배호자 눈 어두운 모양일다
대장간 일 배웠더니 눈 어두운 모양이다.
어와 이 사이에 해 벌써 저물었다
어와 이 사이에 해 벌써 저물었다.
청추가 다 지나고 엄동이 되단말가
맑은 가을 다 지나고 추운 겨울 되었구나.
강촌에 눈 날리고 북풍이 호로하여
강촌에 눈 날리고 북풍이 세차게 불어
산하 산상에 백옥경이 되었으니
산의 위 아래 백옥경이 되었으니
십이루 오경을 일실로 통하도다
십이루의 다섯 경치 모두 모인 듯하구나.
저 건너 높은 뫼에 홀로 섰는 저 소나무
저 건너 높은 산에 홀로 선 저 소나무
오상고절은 내 이미 알았나니
오상고절은 내 이미 알았으니
광풍이 아무련들 겁할 것이 없거니와
광풍이 아무리 불어도 겁날 것이 없거니와
도채 멘 저 초부야 행여나 찍으리라
도끼 멘 나무꾼이 행여나 찍으려나.
동백화 피온 꽃은 눈 속에 붉었으니
동백꽃은 눈 속에 붉게 피었으니
설만장안에 학정홍과 의연하다
눈 속의 동백꽃은 학머리처럼 붉었구나.
엊그제 그런 바람 간밤의 이런 눈에
엊그제 그리 불던 바람 간밤의 이리 내린 눈에도
높은 절 고운 빛이 고침이 없었으니
높은 절개 고운 빛이 변하지 않았으니
춘풍에 도리화는 도로혀 부끄럽다
봄바람에 도리화는 도리어 부끄럽다.
어와 외박하니 설풍에 어찌하리
어와 밖에서 자야하니 눈보라를 어찌하리.
보선 신발 다 없으니 발이 시려 어이하리
버선 신발 다 없으니 발이 시려 어이하리.
하물며 찬 데 누워 얼어 죽기 편시로다
하물며 찬 데 누워 얼어 죽기 잠깐이다.
주인의 근력 빌어 방반간 의지하니
주인에게 애원하여 반 칸 방에 의지하니
흙바람 발랐은들 종이 맛 아올손가
흙벽을 발랐어도 종이벽만 할 것인가.
벽마다 틈이 벌어 틈마다 버레로다
벽마다 틈이 벌어 틈마다 벌레로다.
구렁 지네 섞여있어 약간 버레 저허하랴
노래기 섞여 있어 웬만한 벌레 두려울까.
굵은 버레 죽어내고 적은 버레 던저주네
굵은 벌레 주워내고 작은 벌레 던져버려
대을 얽어 문을 하고 헌 자리로 가리오니
대나무 얽어 문을 하고 헌 자리로 가리니
적은 바람 가리온들 큰 바람 어찌하리
작은 바람 가리어도 큰 바람은 어찌하리.
도중의 나무 모와 조석밥 겨우 짓네
길 가운데 나무 모아 아침저녁 겨우 짓네.
간난한 손의 방에 불김이 쉬울소냐
가난한 손님방에 불기운이 들어올까.
섬거적 뜯어 펴니 선단 요히 되었거늘
섬 거적 뜯어 펴니 선단 요가 되었거늘
개가죽 추켜 덮고 비단이불 삼았세라
개가죽 덮고 쓰고 비단이불 삼았구나.
적무인 빈 방안에 게발 물어 던지드시
적막한 빈 방안에 게발 물어 던지듯이
새우잠 곱송거려 긴긴밤 새와 날제
새우잠 움츠리며 긴긴밤 새워 지낼 때
우흐로 한기들고 아래로 냉기올라
위로는 한기 들고 아래로는 냉기올라
일홈도 온돌이나 한데만도 못하고야
이름은 온돌이나 한 데만도 못하고야.
육신이 빙상되어 한전이 절로 날제
육신이 눈사람돼 오한이 저절로 날 때
송신하는 솟대런가 과녁 맞은 살대런가
송신하는 솟대인가 과녁 맞은 화살대인가.
사풍세우 물풍진가 칠보광의 금나빈가
비바람에 떠는 문풍지인가 칠보광의 금나비인가.
사랑 만나 안고 떠나 겁난 끝에 놀라 떠나
사랑하는 이 안고 떠나, 겁이 나 놀라 떠나.
양생법을 모르거든 고치조차 무삼일고
양생법을 모르는데 이빨은 왜 부딪치나.
눈물 흘려 베개 젖어 얼음조각 비석인가
눈물 흘려 베개 젖어 얼음조각 비석인가.
새벽닭 홰홰우니 반갑다 닭의 소리
새벽닭 홰홰우니 반갑다 닭의 소리
단봉문 대루원에 대개문 하던 때라
단봉문 대루원에서 문 열리는 시간이네.
새로이 눈물지고 장탄식 하던 때에
새로 눈물지고 큰 탄식 하던 때에
동창이 이명하고 태양이 높았으니
동창이 이미 밝고 태양이 높았으니
게을리 일어 앉아 굽은 다리 펴올 적에
게을리 일어나 앉아 굽은 다리 펼 때에
삭다리를 조기는 듯 마디마디 소리 난다
삭정이가 부러지듯 마디마디 소리 난다.
돌담뱃대 잎난초를 쇠똥불에 부쳐 물고
돌담뱃대에 담배 넣고 쇠똥불로 부쳐 물고
양지를 따라 앉아 웃에 이 주어낼 제
양지를 찾아 앉아 옷의 이 잡아낼 때
아니 벗은 험은 머리 두 귀 밑을 덮어 있네
아니 빗은 험한 머리 두 귀밑을 덮어 있네.
내 형상 가련하다 그려내어 보내고저
내 모습 가련하다 그려내어 보내고자.
이 정의 깊은 정을 만에 하나 옮기시면
이 모습 흉한 모습 하나라도 그려 보내면
오늘날 이 고생은 몽중사 되련마는
오늘날 이 고생은 꿈속의 일 되련마는
기러기 지난 후에 척서도 못 전하니
기러기 지난 후에 편지도 못 전하니
초수오산 천만첩에 내 그림을 뉘 전하리
초수오산 천만편지에 내 그림을 뉘 전하리.
사랑옵다 이 볕이야 얼었던 몸 녹는고나
사랑스럽다 이 볕이여. 얼었던 몸 녹는구나.
백년골 쪼이온들 싫다야 하랴마는
백년을 쪼여도 싫다고야 하랴마는.
어이한 쪼각구름 이따금 그늘지니
어이하여 조각구름 이따금 그늘지니
찬바람 지나칠 제 볕을 가려 아처롭다
찬바람 지나칠 제 볕을 가려 애처롭다.
오늘도 해가 지니 이 밤을 어찌 샐고
오늘도 해가 지니 이 밤을 어이 샐까.
이 밤을 지내온 후 오는 밤을 어찌하리
이 밤을 지낸 후에 오는 밤을 어찌하리.
잠이라 없거들랑 밤이나 짜르거나
잠이라 없거들랑 밤이나 짧던지
하고 한 밤이 오고 밤마다 잠 못 들어
매일매일 밤이 오고 밤마다 잠 못 들어
그리온 이 생각하고 살뜰히 애석일 제
그리운 이 생각하고 살뜰히도 애석할 때,
목숨이 부지하여 밥 먹고 살았으니
목숨을 부지하여 밥 먹고 살았으니
인간만물 생긴 중에 낱낱이 헤어 보니
인간 만물 생긴 것 낱낱이 헤아려 보니
모질고 단단한 이 날 밖에 또 있는가
모질고도 단단한 것 나밖에 또 있을까.
심산중 백악호가 모질기 날 같으며
깊은 산속 백악호 모질기가 나 같으며
독 깨치는 철몽둥이 단단하기 날 같으랴
독 깨는 철몽둥이 단단하기 나 같으랴.
가슴이 터지오니 터지거든 구멍을 뚫어
가슴이 터지니 터지거든 구멍 뚫어
고모 창자 세살 창자 완자창을 갖초 내어
고모 창자 세살 창자 완자창을 갖추어
이같이 답답할 제 여닫혀나 보고지고
이같이 답답할 때 여닫어 보고지고.
어와 어찌하리 혈마한들 어찌하리
어와 어찌하리 설마한들 어찌하리.
세상귀향 나뿐이며 인간이별 나 혼자랴
세상 귀양 나뿐이며 인간 이별 나 혼자랴.
소무의 북해고생 돌아올 때 잊었으니
소무의 북해고생 돌아올 때 잊었으니
내홀로 이 고생을 귀불귀 혈마하랴
나 홀로 이 고생 설마 돌아가지 못할까.
무삼 일로 마음 붙여 이 설움 잊자하리
일 하는데 마음 붙여 이 설움 잊자하여
자른 낫 손에 쥐고 뒷동산 올라가서
짧은 낫 손에 쥐고 뒷동산 올라가서
풍상이 섞여친데 만목이 소슬하고
서리바람 섞어 치는데 모든 나무 쓸쓸하고
천고절 푸른 대는 봄빛이 혼자로다
천고절 푸른 대는 봄빛에 혼자로다.
곧은 대 베어 내어 가리쳐 다듬오니
곧은 대 베어 내어 가지 쳐 다듬으니
발 가옷 낚싯대라 좋은 품이 되리로다
한 발 넘는 낚싯대라 좋은 낚시로다.
청올치 꼬은 줄이 낚시 메어 둘러메고
청올치 낚시 줄로 낚시 메어 둘러메고
이웃집 아희들아 오늘이 날이 좋다
이웃집 아이들아. 오늘이 날이 좋다.
새바람 아니 불고 물결이 고요하여
샛바람 아니 불고 물결이 잔잔하니
고기가 물 때로다 낚시질 함께가자
고기가 물 때로다 낚시질 함께 가자.
파립을 잣게 쓰고 망혜를 조여 쓰고
헤진 갓 뒤로 쓰고 망혜를 조여 신고
조대로 나가가니 내 놀이 한가롭다
낚시터로 나가가니 내 놀이 한가롭다.
원근산천이 홍일을 띄었으니
가깝고 먼 산천이 붉은 햇빛 띄었으니
만경창파에 오로지 금빛이라
넓고 넓은 바다 오로지 금빛이라.
낚시를 들이치고 무심히 앉았으니
낚시를 던져두고 무심히 앉았으니
은린옥척이 절로 와 무는구나
은린옥척이 절로 와 무는구나.
구타야 취어하랴 자취를 취함이라
구태여 잡아갈까. 혼자 즐기기 낚시라.
낚시대를 떨떠리니 잠든 백구 다 놀란다
낚시대를 떨어뜨리니 잠든 백구 다 놀란다.
백구야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닐다
백구야 나지마라 너 잡을 나 아니다.
네 본대 영물이라 내 마음 모를소냐
너 본디 영물이니 내 마음 모르겠나.
평생에 괴던 임을 천리에 이별하니
평생에 사랑하던 임을 천리밖에 이별하니
사랑함도 좋거니와 그리움을 못 이기니
사랑함도 좋거니와 그리움을 못 이기니
수심이 첩첩하여 마음을 둘 데 없어
근심이 첩첩하여 마음을 둘 데 없어
흥없은 일간죽을 실없이 던졌으니
흥없은 낚시대를 실없이 던졌으니,
고기도 물잖거든 하물며 너 잡으랴
고기도 안 무든데 하물며 너 잡으랴.
그려도 모르거든 네게 있는 긴 부리로
그래도 모르겠거든 네게 있는 긴 부리로
내 가슴 쪼아 헤쳐 붉은 마음 내어 놓고
내 가슴 쪼아 헤쳐 붉은 마음 내어 놓고
자세히 살펴보면 하마 거의 알리로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마 거의 알 것이다.
공명도 다 던지고 성은을 갚으려니
공명도 다 던지고 성은을 갚으려니
성세에 한민되어 너 좇아 예 왔노라
태평한 때 한가로워 너 좇아 예 왔노라.
날보고 나지마라 네 벗이 되오리라
나 보고 날지 마라 네 벗이 되오리라.
백구와 수작하니 낙일은 창창하다
백구와 수작하니 떨어지는 해는 아득하다.
낚대의 줄 거두어 낚은 고기 뀌어 들고
낚시대 줄 거두어 낚은 고기 꿰어 들고
강촌으로 돌아 들어 주인집 찾아오니
강촌으로 돌아 들어 주인집 찾아오니
문앞에 짖던 개는 날보고 꼬리친다
문 앞에 짖던 개는 날보고 꼬리친다.
난감한 내 고생이 오랜 줄 가지로다
난감한 내 고생이 아마도 오랠 것이다.
짖던 개 아니 짖고 임자도 되는고나
짖던 개 아니 짖고 임자도 되는구나.
반일을 잊은 시름 자연히 고쳐나니
반나절 잊은 시름 저절로 다시 나니
아마도 이 내 시름 잊을 길 어려워라
아마도 이 내 시름 잊을 길 어려워라.
강천에 월락하고 은하수 기우도록
강가에 달이 지고 은하수 기울도록
방등은 어데 가고 눈을 감고 앉았는고
방안 등은 어디 두고 눈을 감고 앉았는가.
참선하는 노승인가 통경하는 맹인인가
참선하는 노승인가 불경 읽는 맹인인가.
팔도강산 어느 절에 중 소경 누가 본가
팔도강산 어느 절에 중이면서 소경인자 있나.
누은들 잠이 오며 기다린들 임이 오랴
누운 들 잠이 오며 기다린들 임이 오랴.
내 헴이 무삼 헴고 이다지 많삽더고
내 생각은 무슨 생각 이다지 많았을까.
남경장사 남경 가니 반전장사 밋졌는가
남경 장사 장사하다 반전장사로 밑졌는가.
이 헴 저 헴 아무 헴도 그만 헤면 다 헤려니
이 생각 저 생각 아무 생각 다 생각해도
헤다가 다 못 헤니 무한한 헴이로다
생각을 못 하니 끝없는 생각이로다.
갓없은 미친 설움 눌 찾아 한잔말고
끝없는 미친 설움 누굴 찾아 풀어야 하나.
남초가 벗이 되니 내 설움 위로하니
담배가 벗이 되어 내 설움 위로하니
먹고 떨고 담아 부쳐 한 무릎에 사오대라
담배 피고 재를 떨고 다시 담아 불을 붙여
한 무릎에 서너 번을 피어내니
현기나고 두통하니 설움 잠간 잊히온들
현기증에 두통 나고 설움 잠깐 잊혀져도
오래기야 오랠손가 홀연 다시 생각하니
오랫동안 잊을 수 있나 홀연 다시 생각하니
이 일이 무삼 일고 내 몸 어이 여기 온고
이 일이 무슨 일인고 내가 어이 여기 왔나.
번화고향 어데 두고 적막절도 들어온고
번화한 고향 어디 두고 외딴섬에 들어왔나.
오량각 어데 두고 두옥반간 의지한고
오량각 어디 두고 두옥반간 의지했나.
안팎 장원 어데 가고 죽창문 달았으며
안팎 장원 어데 가고 대창문 달았으며
서화도벽 어찌하고 흙바람벽 되었으며
서화도벽 어찌하고 흙벽 되었으며
산수병풍 어데 가고 갈 밭 한 떼 둘렀으며
산수병풍 어디 가고 갈대를 둘렀으며
각장장판 어데 가고 갈자리를 깔았으며
각장장판 어디 가고 갈자리를 깔았으며
경주탕건 어데 가고 봉두난발 되었으며
경주탕건 어디 가고 봉두난발 되었으며
안팎보선 어데 가고 다목발이 별거하며
버선짝 어디 가고 한쪽에만 신었으며
녹피당혜 어데 가고 육총짚신 신었으며
녹피당혜 어디 가고 육총짚신 신었으며
조반점심 어데 가고 일중하기 어려우며
아침점심 어디 가고 일중하기 어려우며
사환노비 어데 가고 고공이가 되단말고
사환 노비 어디 가고 머슴이 되었을까.
아침이면 마당쓸기 저녁이면 불때히기
아침이면 마당 쓸기 저녁이면 불 때기
볕이 나면 쇠똥치기 비가 오면 도랑치기
볕이 나면 쇠똥말리기 비가 오면 도랑치기
들어가면 집지키기 보리멍석 새날리기
들어가면 집 지키기 보리 멍석 새 쫓기
거처번화 의복사치 나도 전에 하였더니
좋은 집에 좋은 옷은 나도 전에 하였으나
좋은 음식 맛난 맛은 아마 거의 잊었세라
좋은 음식 맛난 맛은 아마 거의 잊었어라.
설움에 쌓였으니 날 가는 줄 모르더니
설움에 쌓였으니 날 가는 줄 모르더니
헤엄없는 아해들은 묻지도 않은 말을
생각 없는 아이들은 묻지 않은 말을 하네.
한 밤 자면 제덕 오니 떡국 먹고 ㅇ노자네
한 밤 자면 설날 오니 떡국 먹고 놀자 하네.
아해 말을 신청하랴 여풍다이 들었더니
그 말을 곧이 안 듣고 바람처럼 들었더니
남녁 이웃 북녁 집에 나병소래 들리거늘
남쪽북쪽 이웃집에 떡치는 소리 들리거늘
손을 꼽아 헤어보니 오늘 밤이 게석일다
손을 꼽아 헤어보니 오늘 밤이 그믐이다.
타향의 봉가절이 이 뿐이 아니로다
타향에서 맞는 명절 이 것뿐이 아니로다.
상빈명조에 또 한 해 되는고나
가난한데 아침오니 또 한 해가 되었구나.
송구영신이 이 한 밤뿐이로다
송구영신이 이 한 밤뿐이로다.
어와 상품 그렇던가 저녁 밥상 그렇던가
어와 항상 그랬던가 저녁 밥상 그랬던가.
예 못 보던 네모반에 수저 갖춰 장 김치에
못 보던 네모 밥상 수저 갖춰 장 김치에
나락밥이 돈독하고 생선 토막 풍성하다
쌀밥이 수북하고 생선 토막 풍성하다.
그려도 설이로다 배부르니 설이로다
그래도 설이로다 배부르니 설이로다.
고향을 떠나온 지 어제로 알았더니
고향을 떠난 지가 어제인줄 알았더니
내 이별 내 고생이 격년사 되었구나
내 이별 내 고생이 작년 일이 되었구나.
어와 섭섭하다 정초문안 섭섭하다
어와 섭섭하다 정초문안 섭섭하다.
북당쌍친이 백발이 더 하시고
부모님의 백발은 얼마나 늘었을까.
공규화조는 얼마나 늦었는고
아내 방의 꽃과 새는 얼마나 늦었는가.
오세에 떠난 자식 육세아 되었고나
다섯 살에 떠난 자식 여섯 살이 되었구나.
내 아녀 임이라도 내 설움은 설다하리
임이라도 내 설움이 서럽다 할 것이다.
천리일별에 해 벌써 바뀌도록
천리 밖에 이별하여 해가 벌써 바뀌도록
일자가신을 꿈에나 들었을까
집안 소식을 꿈에나 들었을까.
운산이 막혔는 듯 하해가 가렸는 듯
구름산이 막혔는 듯 강바다가 가렸는 듯
의창전 한매소식 물어볼 길 전혀 없네
의창전 겨울 매화 소식 물어볼 길 전혀 없네.
바닷길 일천리가 머다도 하려니와
바닷길 일천리가 멀기도 하지마는
약수 삼천리에 청조가 전신하고
약수 삼천리에 파랑새가 소식 전하고
은하수 구만리에 오작이 다리 놓고
은하수 구만리에 오작이 다리 놓고
북해상 기러기는 상림원에 날아나니
북해상 기러기는 상림원에 날아나니,
내 가신 어이 하여 이다지 막혔는고
내 집안 소식 어이 하여 이다지 막혔는가.
꿈에나 혼자 가서 고향을 보련마는
꿈에나 혼자 가서 고향을 보련마는
원수의 잠이 올 제 꿈인들 아니 꾸랴
원수같은 잠이 올 제 꿈인들 아니 꾸랴.
흐르나니 눈물이요 지으나니 한숨이라
흐르나니 눈물이요 짓느니 한숨이라.
눈물인들 한이 있고 한숨인들 끝이 있지
눈물도 한이 있고 한숨도 끝이 있지.
내 눈물이 모였으면 추자섬이 생겼으며
내 눈물이 모였으면 추자섬이 생겼으며
이 한숨이 쌓였으면 한라산을 덮었으니
이 한숨이 쌓였으면 한라산을 덮었으니
해안에 낙조하고 어촌에 연기 날 제
해안에 노을지고 어촌에 연기 날 제
사공은 어데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사공은 어데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산상구적 소리는 소 모는 아해로다
산 위의 휘파람은 소 모는 아이로다.
자는 새는 투림하여 옛집으로 날아드니
자려는 새도 숲으로 잠을 자러 날아들어
금수도 집이 있어 돌아갈 줄 알았는가
짐승도 집이 있어 돌아갈 줄 알았는데
사람은 무삼일로 돌아갈 줄 모르는고
사람은 무슨 일로 돌아갈 줄 모르는가.
뵈는 것이 다 설으고 듣는 것이 다 슬프니
뵈는 것이 다 서럽고 듣는 것이 다 슬프니
귀먹고 눈 어두워 듣고 보지 말고라지
귀먹고 눈 어두워 듣고 보지 말 것이다.
이 설음 오랠 줄을 분명히 알 양이면
이 설움 오랠 갈 줄 분명히 알 양이면
할 일은 결단하여 만사를 잊으리니
할 일은 반드시 만사를 잊는 것이리라.
나 죽은 무덤 위에 논을 갈지 밭을 갈지
나 죽은 무덤 위에 논을 갈지 밭을 갈지
일도혼백이야 있을런지 없을런지
한번 죽은 혼백이야 있을는지 없을는지
시비분별이야 없을런지 있을런지
옳고 그름을 분별함도 없을는지 있을는지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바람 불어 서리 칠지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바람 불어 서리 칠지
의의천의를 알기가 어려워라
하늘 뜻이 의심스워러 알기가 어려워라.
촌촌간장이 구비구비 썩는구나
마디마디 간장이 구비구비 썩는구나.
간밤에 부던 바람 천산에 비 뿌리니
간밤에 불던 바람 이 산 저 산 비 뿌리니
구심동군이 춘광을 자랑는 듯
구심동군이 봄빛을 자랑하는 듯
미쁠손 천지마음 봄을 절로 알게하니
믿음직하네 자연의 이치 봄을 절로 알게 하니
나무나무 잎이 피고 가지가지 꽃이로다
나무나무 잎이 피고 가지가지 꽃이로다.
방초는 처처한 데 춘풍소리 들리거늘
곳곳에 고운 풀에 봄바람 소리 들리거늘
눈 씻고 일어 앉아 객창을 열쳐 보니
눈 씻고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보니
창전에 수지화는 웃는 듯 하였고나
창문 앞의 나무와 꽃 웃는 듯하는구나.
반갑다 저 꽃이여 예 보던 꽃이로다
반갑다 저 꽃이여 예 보던 꽃이로다.
낙양성중에 저 봄빛 한 가지요
낙양 성중의 봄빛도 저것과 한가지요
고향원상에 이 꽃이 피었는가
고향의 동산에도 이 꽃이 피었는가.
간 해 오늘날에 웃음웃어 보던 꽃은
작년 이맘때쯤 웃음 웃어 보던 꽃은
청준의 술을 부어 꽃꺽어 헴을 놓고
술잔에 맑은 술 부어 꽃 꺾어 헤아리고
장진주 노래하여 무진무진 먹자할 제
장진주 노래하여 무진무진 마셔가며
네 번화 질김으로 저 꽃을 보았더니
화려함을 즐기면서 저 꽃을 보았는데,
올해 이 날에 눈물 뿌려 보는 꽃은
올해 지금 눈물 뿌려 보는 꽃은
아침에 나쁜 밥이 낮 못되어 시장하니
아침에 먹은 나쁜 밥 점심 안 되어 시장해지니
박잔에 흐린 술이 값없이 쉬울손가
싸구려 잔에 탁한 술도 돈이 없어 먹겠는가.
내 고생 슬픔으로 저 꽃을 다시 보니
내 고생 슬픔으로 저 꽃을 다시 보니
전년 꽃 올해 꽃은 꽃빛은 한가지나
작년 꽃 올해 꽃 꽃빛은 한 가지나
전년 사람 올해 사람 인사는 다르도다
작년 사람 올해 사람 사람은 다르구나.
인생고락이 수유잠의 꿈이로다
인생의 고락이 잠깐의 꿈이로다.
이렁저렁 허튼 근심 다 후리쳐 던져 두고
이런저런 허튼 근심 다 후려쳐 던져두고
의복 그려 하는 설움 목전 설움 난감하다
철에 맞는 옷 그리워하는 눈앞 설움 난감하다.
한 벌 의복 입은 후에 춘하추동 다 진하니
한 벌 옷 입은 후에 춘하추동 다 지내니
아마도 이런 옷은 내 옷밖에 또 없으리
아마도 이런 옷은 내 옷밖에 또 없으리.
여름에 하 더울 제 겨울을 바랐더니
여름에 많이 더울 때는 겨울을 바랐더니
겨울이 하 치우니 도로 여름 생각하네
겨울이 많이 추우니 도로 여름 생각하네.
쓰오신 망건인가 입으신 철갑인가
쓴 것은 망건인가 입은 것은 철갑인가.
사시에 하동없이 춘추만 되었고저
네 계절 여름겨울없이 봄가을만 되었으면
발굼치 드러나니 그는 족히 견디어도
발꿈치 드러나도 이는 족히 견디어도
바지 밑 터졌으니 이 아니 민망한가
바지 밑 터졌으니 이 아니 민망한가.
내 손수 깁자하니 기울 것 바이 없네
내 손수 깁자하니 기울 것 전혀 없네.
애궂은 실이로다 이리 얽고 저리 얽고
애꿎은 실이로다. 이리 얽고 저리 얽고
고기 그물 걸어맨 듯 꿩의 눈 찍어낸 듯
고기 그물 걸어 맨 듯, 꿩의 눈 찍어낸 듯
침재도 그지없고 수품도 사치롭다
바느질도 형편없고 솜씨도 대단하다.
좀전에 적던 식량 크기는 어쩐 일고
예전까지 적던 밥 크게 된 것은 어쩐 일인가.
한 그릇 담은 밥은 주린 범의 가재로다
굶주린 범 가재 먹듯 밥 한 그릇 먹어치우네.
조반석죽이면 부가옹 부러하랴
조반석죽이면 부잣집 늙은이 부러우랴.
아침은 죽이더니 저녁은 그도 없네
아침은 죽이더니 저녁은 그도 없네.
못먹어 배고프니 허리띠 탓이런가
못 먹어 배고프니 허리띠 탓이런가.
허기져 눈 깊으니 뒤꼭도 거의로다
허기져 눈 들어가니 뒤통수로 나오는 듯
정신이 아득하니 운무에 쌓였는가
정신이 아득하니 구름안개 쌓였는가.
한 되 밥 쾌히 지어 슬카지 먹고파져
한 되 밥 얼른 지어 실컷 먹고 싶어.
이러한들 어찌하며 저러한들 어찌하리
이러한들 어찌하며 저러한들 어찌하리.
천고만상을 아모련들 어찌하리
천고만상 아무련들 어찌하리.
의복이 족한 후에 예절을 알 것이고
의복이 넉넉하면 예절을 알 것이고
기한이 작심하면 염치를 모르나니
춥고 배고프면 염치를 모르나니
궁무소 불위함은 옛사람의 이른 바라
궁무소불위란 옛사람의 말한 것이라.
사불관면은 군자의 예절이요
사불관면은 군자의 예절이요
기불탁속은 장부의 염치로다
기불탁속은 장부의 염치로다.
질풍이 분 연후에 경초를 아옵나니
거센 바람 분 후에야 강한 풀을 알게 되니
궁차익견하여는 청운에 뜻이 없어
가난할수록 굳세어 벼슬에는 뜻이 없어
삼순구식을 먹으나 못 먹으나
삼순구식을 먹건 못 먹건
십년일관을 쓰거나 못 쓰거나
십년일관을 쓰건 못 쓰건 간에
염치를 모를 것가 예절을 바랄 것가
염치를 모를 것인가 예절을 바랄 것인가.
내 생애 내 벌어서 구차를 면차하니
내 생애 스스로 벌어 구차함을 면하려니
처음에 못 하던 일 나종은 다 배혼다
처음에 못 하던 일 나중에는 다 배우는구나.
자리치기 먼저 하자 틀을 꽂아 나려놓고
돗자리를 먼저 만들자. 틀을 꽂아 내려놓고
바늘대를 뽐내면서 바디를 드놓을 제
바늘대를 뽐내면서 베틀을 들어놓으니
두 어깨 문어지고 팔과 목이 부러진다
두 어깨 무너지고 팔과 목이 부러진다.
멍석 한 잎 들었으니 돈 오분이 값이로다
멍석 값 한 잎 들어 다섯 푼에 팔았구나.
약한 근력 강작하여 부지런을 내자하니
약한 근력 기운 내어 부지런을 떨어보니
손뿌리에 피가 나서 조희 골모 얼리로다
손뿌리에 피가 나서 종이 골무에 피어린다.
실 같은 이 잔명을 끊음즉도 하다마는
실 같은 남은 목숨 끊음 직도 하다마는
아마도 모진 목숨 내 목숨뿐이로다
아마도 모진 목숨 내 목숨뿐이로다.
인명이 지중함을 이제와 알리로다
사람 목숨 소중함을 이제와 알 리로다.
누구서 이르기를 세월이 약이라도
누가 이르기를 세월이 약이라 하니
내 설움 오랠사록 화약이나 아니 될가
내 설움 오래 살면 화약이 아니 될까.
날이 지나 달이 가고 해가 지나 돐이로다
날이 지나 달이 가고 해가 지나 돌이로다.
상년에 비던 보리 올해 고쳐 비어 먹고
작년에 베던 보리 올해 고쳐 베어 먹고
지난 여름 낚던 고기 이 여름에 또 낚으니
지난여름 낚던 고기 이 여름에 또 낚으니
새 보리밥 담아 놓고 가삼 맥혀 못 먹으니
새 보리밥 담아 놓고 가슴 막혀 못 먹으니
뛰든 고기 회를 친들 목이 메어 들어가랴
뛰든 고기 회를 친들 목이 메어 들어가랴.
설워함도 남에 없고 못견딤도 별로하니
설움도 남에게는 없고 못 견딤도 남과 다르니
내 고생 한 해 함은 남의 고생 십년이라
내 고생 한 해 함은 남의 고생 십년이라.
흉즉길함 되올는가 고진감래 언제 할고
흉함이 길함 될까 고진감래 언제 올까.
하나님께 비나이다 설은 원정 비나이다
하나님께 비나이다 설운 원망 비나이다.
책력도 해 묵으면 고쳐 쓰지 아니하고
달력도 해 묵으면 다시 쓰지 아니하고
노호염도 밤이 자면 풀어져서 버리나니
노여움도 밤에 자면 풀어져서 버리나니
세사도 묵어지고 인사도 묵었으니
한 해 일도 다 묵었고 사람 일도 묵었으니
천사만사 탕척하고 그만 저만 서용하사
천만 일들 죄 씻어주고 그만 저를 용서하사
끊쳐진 옛 인연을 고쳐 잇게 하옵소서
끊어진 옛 인연을 고쳐 잇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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