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사(梅花詞)
- 안민영
제1수
매영(梅影)이 부드친 창(窓)에 옥인금차(玉人金𨥁) 비겨신져.
매화 그림자 비친 창에 금비녀 꽂은 미인도 있구나.
이삼 백발옹(白髮翁)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두세 노인들은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 부르는구나.
이윽고 잔 드러 권하랄 제 달이 또한 오르더라.
이윽고 술잔을 들어 권할 때 달이 막 떠오르더라.
제2수
어리고 성근 가지 너를 밋지 아녀 더니
연약하고 듬성한 가지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 능히 직혀 두세 송이 퓌였고나.
눈 오면 핀다는 약속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촉(燭) 잡고 갓가이 사랑할 제 암향(暗香)좃차 부동(不動)터라.
촛불 들고 가까이 사랑할 때 암향이 그윽하구나.
제3수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아름다운 매화여 눈 속에 너로구나.
가만히 향기 노아 항혼월(黃昏月)을 기약하니
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에 달과 조화로우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아마도 아치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제4수
눈으로 기약터니 네 과연 퓌엿고나
눈 오면 핀다는 약속, 네 과연 피었구나.
황혼에 달이 오니 그림자도 성기거다.
황혼에 달이 뜨니 그림자도 환하구나.
청향(淸香)이 잔에 떳스니 취코 놀려 허노라.
맑은 향 술잔이 뜨니 취하고 놀려 하노라.
제5수
황혼에 돗는 달이 너와 긔약 두엇더냐.
황혼에 돋는 달이 너와 약속 하였더냐.
합리(閤裏)에 자든 꼿치 향긔 노아 맛는고야.
집안에 자던 꽃이 향기 놓아 맞이하는구나.
내 엇디 매월(每月)이 벗되는 줄 몰낫던고 하노라.
내 어찌 매화와 달이 벗 되는 줄 몰랐던가 하노라.
제6수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窓)에 부듸치니
바람이 눈을 몰아와 산창에 부딛치니
찬 기운 새여드러 쟘든 매화를 침노(侵擄)한다.
찬 기운 새어들어 잠든 매화를 해친다.
아무리 어루려한들 봄 뜻이야 아슬소냐.
아무리 얼게 하려 한들 봄뜻이야 빼앗을소냐.
제7수
저 건너 나부산(羅浮山) 눈속에 검어 웃뚝
저 건너 나부산 눈속에 검고 우뚝한
울통불통 광매등걸아
울퉁불퉁한 광매등걸아
네 무삼 힘으로 가지 돗쳐 곳조차 져리 퓌엿는다.
너 무슨 힘으로 가지 돋쳐 꽃조차 저리 피었는가.
아모리 석은 배 반(半)만 남앗실만졍 봄 뜻즐 어이 하리오.
아무리 썩은 바, 반만 남았을망정 봄 뜻을 어찌 하리오.
제8수
동각(東閣)에 숨은 꼿치 척촉인가 두견화인가.
동쪽 누각에 숨은 꽃이 철쭉인가 진달래인가.
건곤(乾坤)이 눈이여늘 제 엇디 감히 퓌리.
온 세상이 눈이거늘 제 어찌 감히 피리.
알괘라 백설양춘(白雪陽春)은 매화 밧게 뉘 이시리.
알겠다, 눈 오는 이른 봄은 매화 밖에 뉘 이시리.
O 시적 대상 : 매화
O 시적 상황 : 매화 예찬
O 풍류: 1,4,5수. 빙자옥질.
O 절개: 2,3,6,7,8수. 아치고절,
O 화자의 태도 :
➀ 자연물에 인간의 덕목과
➁ 심미적 가치를 부여함.
➂ 대상에 윤리적 관점과 심미적 관점을 투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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