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 비 명
- 김 광 규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시, 소설 : 정신적 가치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돈, 자리 : 세속적, 물질적 가치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반어적 표현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비판의 대상,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한 곡학아세(曲學阿世)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마음속으로는 불타 없어지기를 바람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반어적 표현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정의가 기록되지 않고 불의가 횡행하는 현실에 대한 울분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시인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자문
O 성격 : 비판적, 풍자적
O 제재 : 묘비명
O 주제 : 세속적 부와 권위에 경도된 세태 비판
O 표현 : 반여적 표현을 사용하여 대상을 비판함
O 시인 소개 – 김광규
1941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독문과와 서독 뮌헨대에서 수학했다. <문학과 지성>지에 작품을 발표(1975)하기 시작하여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반달곰에게> <아니다 그렇지 않다> 등을 출간했다. 제1회 <녹원문학상> 제5회 <오늘의 작가상> 제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세계는 평이한 언어로 씌어진 일상시이면서도 깊은 내용을 담고 있어 독자와의 통교 회복에 좋은 역할을 하였다.
O 해설
이 시는 물질적 가치 때문에 정신적 가치가 퇴색해 버린 현실을 비판적 태도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에서 정신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물질적 가치만을 숭상한 사람과 그 사람을 찬양하는 ‘어느 문인’은 모두 비판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표현과 ‘훌륭한 비석’이라는 표현은 모두 반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의 삶과 역사와 시인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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