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 이황(李滉)
이런들 엇더며 뎌런들 엇더료?
草野愚生(초야 우생)이 이러타 엇더료?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
며 泉石膏肓(천석고황)을 고텨 므슴료?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싶은 마음의 절실함. ‘泉石’은 자연을 이르고 ‘膏肓’은 불치의 병을 이름
<제1곡>
(제1곡)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어떠하랴?
더구나 자연을 버리고는 살수 없는 마음을 고쳐 무엇하랴?
(자연에 살고 싶은 마음)
煙霞(연하)에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안개와 노을
太平聖代(태평성대)에 病(병)으로 늘거나뇌
이 듕에 라 일은 허므리나 업고쟈.
<제2곡>
(제2곡)
안개와 놀을 집으로 삼고 풍월을 친구로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가지만
이 중에 바라는 일은 사람의 허물이나 없었으면
.(자연과의 동화)
淳風(순풍)이 죽다니 眞實(진실)로 거즈마리
예로부터 내려오는 순박한 풍속
人性(인성)이 어지다 니 眞實(진실)로 올 말이
天下(천하)에 許多 英才(허다 영재)를 소겨 말솜가.
수많은 슬기로운 사람 속여
<제3곡>
(제3곡)
예로부터 내려오는 순수한 풍습이 줄어 없어지고 사람의 성품이 악하다고 하니 이것은 참으로 거짓이다.
인간의 성품은 본디부터 어질다고 하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므로 착한 성품으로 순수한 풍습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많은 슬기로운 사람(영재)을 속여서 말할 수 있을까?
(순박하고 후덕한 풍습)
골짜기에 있음
幽蘭(유란)이 在谷(재곡)니 自然(자연)이 듯디 됴희
그윽한 향기를 내는 난초. 난초의 별칭 듣기. 맡기.
白雪(백설)이 在山(재산)니 自然(자연)이 보디 됴해
좋구나
이 듕에 彼美一人(피미일인)을 더옥 닛디 몯얘.
저 한 사람의 고운 분. 여기서는 임금을 가리킴
<제4곡>
(제4곡)
그윽한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듣기 좋아
흰눈이 산에 가득하니 자연이 보기 좋아
이 중에 저 아름다운 한 사람을 더욱 잊지 못하네.
(연군)
山前(산전)에 有臺(유대)고 臺下(대하)애 有水(유수)ㅣ
높은 대(臺)가 있고 / 대(臺) 아래
로다.
만 며기 오명가명 거든
무리지어 나는 / 오락가락하는데
엇디다 皎皎白鷗(교교 백구) 멀리 고
희고 깨끗한 말. ‘어진 사람’을 뜻함 / 멀리 떠날 마음만 갖는가
<제5곡>
(제5곡)
산 앞에 높은 대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거든
어찌하여 희고 깨끗한 갈매기는 나로부터 멀리 마음을 두는고.
(자연을 등지고 있는 현실 개탄)
春風(춘풍)에 花滿山(화만산)고 秋夜(추야)애 月滿臺
산에 꽃이 만발함
(월만대)라.
달이 대(臺)에 가득하다
四時佳興(사시가흥)이 사과 가지라.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
며 魚躍鳶飛(어약연비) 雲影天光(운영천광)이아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날아다님 / 구름이 그림자를 짓고 태양이 찬란히 빛남
어늬 그지 이슬고.
<제6곡>
(제6곡)
봄바람이 부니 산에 꽃이 만발하고 가을 밤에는 달빛이 대에 가득하다.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가 사람과 마찬가지로다.
하물며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날며 구름이 그늘을 짓고 태양이 빛나는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영원한 아름다운 자연)
天雲臺(천운대) 도라드러 완락재 瀟灑(소쇄)듸
높은 대(臺)의 이름 서재의 이름 / 산뜻하고 깨끗함
萬卷 生涯(만권생애)로 樂事(낙사)ㅣ 無窮(무궁)얘라.
많은 책에 묻혀 사는 삶 / 즐거운 일이
이 듕에 往來 風流(왕래풍류)를 닐어 므슴 고.
때때로 바깥을 거니는 즐거움
<제7곡>
(제7곡)
천운대를 돌아 들어간 곳에 있는 완락재는 깨끗한 곳이니,
거기에서 많은 책에 묻혀 사는 즐거움이 무궁하구나.
이런 가운데 이따금 바깥을 거니는 재미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학문하는 즐거움)
雷霆(뇌정)이 破山(파산)여도 聾者(농자) 못 듯니
우레 소리 / 산을 깨뜨림 / 귀머거리
白日(백일)일 中天(중천)야도 瞽者(고자) 못 보니
밝은 해 눈 먼 사람
우리는 耳目(이목) 聰明(총명) 男子(남자)로 聾瞽(농고)
귀머거리와 장님
디 마로리.
<제8곡>
(제8곡)
우레 소리가 산을 깨뜨릴 듯이 심하게 울어도 귀머거리는 못 듣네.
밝은 해가 하늘 높이 올라도 눈 먼 사람은 보지 못하네.
우리는 귀와 눈이 밝은 남자가 되어야 하리.
(독서의 즐거움)
古人(고인)도 날 몯 보고 나도 古人(고인) 몯 뵈.
옛 어른
古人(고인)을 몯 뵈도 녀던 길 알 잇,
행하던 길.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
녀던 길 알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앞에
<제9곡>
(제9곡)
옛 어른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그 분들을 보지 못하네.
하지만 그 분들이 행하던 길은 지금도 가르침으로 남아 있네.
이렇듯 올바른 길이 우리 앞에 있는데 따르지 않고 어쩌겠는가?
(옛 어른의 행적을 따름)
當時(당시)예 녀 길흘 몃 려 두고,
어듸 가 니다가 이졔 도라온고?
이졔나 도라오나니 년 듸 마로리.
<제10곡>
(제10곡)
그 당시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을 몇 해씩이나 버려 두고
벼슬길을 헤매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가?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는 딴 마음을 먹지 않으리.
(벼슬을 버리고 학문에 정진함)
靑山(청산) 엇뎨야 萬古(만고)애 프르르며,
流水(유수) 엇뎨야 晝夜(주야)애 긋디 아니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萬古常靑(만고 상청)호리라.
영원히 변함없이 푸름
<제11곡>
(제11곡)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영원히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가?
우리도 저 물같이 그치는 일 없이 저 산같이 언제나 푸르게 살리라.
(학문 수양의 의지)
愚夫(우부)도 알며 거니 긔 아니 쉬운가?
어리석은 사람
聖人(성인)도 못다 시니 긔 아니 어려운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 주를 몰래라.
쉬우나 어려우나
<제12곡>
(제12곡)
어리석은 자도 알아서 행하니 학문의 길이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성인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쉽든 어렵든 간에 학문을 닦는 생활 속에 늙는 줄을 모르겠다.
(영원한 학문 수행의 길)
O 갈래 : 연시조
O 연대 : 명종 20년(1565)
O 성격 : 도학가(道學歌)
O 표현 : 설의법. 대구법
O 내용 :
➀ 전 6곡 - 사물에 접하는 감흥을 노래[언지(言志)]
➁ 후 6곡 - 학문 수양에 임하는 심경을 노래 [언학
(言學)]
O 주제 :
➀ 전 6곡 - 자연에 동화된 생활
➁ 후 6곡 - 학문 수양 및 학문애(學問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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