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조국, 절대자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
미래에 대한 찬란한 희망 / 절망, 조락’의 뜻을 함축, 불교의 공(空)사상과 연결
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영원히 변치 않는 찬란한 사랑의 꽃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
어떤 깨달음의 순간적 이미지
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공감각, 역설적 표현. 임의 진리의 말이 너무 커서 귀가 막힐 지경이며, 임의 얼굴이 너무 아름답고 눈부셔서 눈이 멀 지경임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곳
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
재회의 순간에 대한 믿음
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얐습니다.
역설적 표현, 영탄법, 주제가 드러난 부분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의 전제 조건임을 깨닫는 순간 떠났던 님은 떠난 것이 아니라 다만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O 갈래 : 서정시, 자유시
O 구성 : 과거 - 현재 - 미래의 순으로 시상 전개
O 주제 :
➀ 조국을 잃은 슬픔과 광복에의 신념
➁ 님에 대한 영원한 사랑
➂ 존재의 회복을 위한 신념과 희구
O 이 글의 구성
기(1∼4행) | 님의 부재(님과의 이별) |
승(5∼6행) | 이별 후의 슬픔 |
전(7∼8행) | 슬픔의 극복과 만남에의 희망 |
결(9∼10행) | 님을 향한 정진(님을 향한 영원한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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